김해신공항이 관련 논의를 시작한 지 14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정부의 김해신공항 추진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 조성 추진은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대형 국책사업으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경제성이 없다며 무산됐고 박근혜 정부 들어 되살아났으며 2016년 정부는 프랑스 연구 용역 평가를 기반으로 김해신공항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4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처럼 정권마다 다르게 나오는 검증 결과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시·도민의 오랜 염원인 가덕도 신공항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기존 국책사업을 뒤집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대구·경북지역은 이날 가덕도 신공항안에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타올랐던 지역 갈등이 재점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남부지역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추진해야 할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처럼 중요한 대형 국책사업이 특정 정당의 이해득실에 따라 요동쳐서는 안 된다. 

정치적 상황이 아니라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더 큰 관점에서 바라보고 국익을 위해 공정하게 새 입지를 정해야 한다. 얼마 전 경주 월성 원전1호기 폐쇄 감사 결과가 이번 정권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미리 ‘폐쇄’로 방향을 잡고 조기 폐쇄를 추진했음이 드러났듯이 만약 이번에도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위해 김해신공항 추진 계획을 재검토했다면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던 것이 아닌가? 

주객전도(主客顚倒)라는 말이 있다. 주인(主人)은 손님처럼 손님은 주인(主人)처럼 행동(行動)을 바꾸어 한다는 것으로 입장(立場)이 뒤바뀐 것을 뜻한다.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함에 제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결론을 내 놓고 과정을 거기에 맞춘다면 ‘주객전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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