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마음이 아픈 청소년들이 많다. 성적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친구와의 관계 또는 가정불화를 비롯해 학교폭력, 우울증 등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되는 환경 때문이다. 심한 경우 자해나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최근 3년간(2018∼2020년) 경기도내에서 발생한 청소년 자해·자살 현황(올 9월 30일 기준)을 살펴보면 자해 청소년(자살 시도 포함)과 자살 청소년은 2018년 1천233명과 43명, 지난해 1천152명과 39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등교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같은 선택을 한 청소년의 발견이 줄어든 올해의 경우도 자해 청소년은 186명, 자살 청소년은 29명에 달한다.

각 연도별 자살 시도 동기(자해 포함)를 보면 2018년에는 ‘우울증·염세 비관(51.0%)’, ‘가정불화(27.8%)’, ‘교우관계 불화(10.9%)’, ‘이성관계(4.4%)’, ‘성적 비관·학업 스트레스(3.1%)’, ‘학교폭력(1.0%)’ 등의 순이었다.

2019년과 올해(6월 30일 기준)의 경우는 ‘우울증·염세 비관(38.7%)’, ‘가정불화(30.1%)’, ‘교우관계 불화(9.1%)’, ‘성적 비관·학업 스트레스(6.5%)’, ‘이성관계(3.8%)’, ‘학교폭력(0.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해·자살 청소년의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2018년 자해·자살 학생은 초등학생 155명(자해 153명, 자살 2명)과 중학생 723명(708명, 15명), 고등학생 398명(372명, 26명), 2019년에는 초 151명(148명, 3명), 중 596명(584명, 12명), 고 444명(420명, 24명)이었다. 올해는 초 9명(8명, 1명)과 중 90명(81명, 9명), 고 116명(97명, 19명)이다.

이처럼 마음이 아픈 청소년들에게는 주위의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특히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그들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또래 상담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내마음754(치료사) 꿈의학교’는 또래 상담사를 길러내기 위한 꿈의학교다.

청소년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성장통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내마음754 꿈의학교’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아픈 마음을 달래는 법을 전하는 꿈의학교

올해 처음 운영에 나선 ‘내마음754 꿈의학교’는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기댈 수 있는 어깨로서의 역할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3∼6학년 18명의 학생이 참여 중이다.

‘내마음754 꿈의학교’를 운영 중인 허선윤 대표는 "17년간 광주광역시에서 상담센터를 운영 중이다 보니 최근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보며 사춘기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두 자녀를 통해 경기도교육청의 ‘경기꿈의학교’를 알게 됐고, 누구나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용기를 내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꿈의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관리하고, 직접 심리치료사라는 직업과 심리치료의 다양한 기법들을 경험해 본 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심리치료사로서, 또래상담가로서 활동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3∼4학년을 참여 대상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춘기를 접하기 직전의 연령대 아이들의 마음을 관리하며 예방해 주고 싶은 마음이 컸고, 아직 어린 친구들이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사춘기를 건강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특히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해 보면서 ‘또래 상담가’ 역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내마음754 꿈의학교’는 허 대표를 포함한 4명의 심리상담 전공자들이 강사로 참여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둔 운영의 테마는 ‘감정’이다. 자신이 느끼는 어려운 상황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밖으로 꺼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독서치료 ▶요리치료 ▶영화치료 ▶모래놀이치료 ▶원예치료 ▶보드게임치료 등 다양한 치료놀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고 들여다보면서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감정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깨달아 가정과 학교 등 자신이 속한 여러 공동체 안에서 생활함에 있어 건강한 자아를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허 대표는 "처음 꿈의학교가 시작될 때만 해도 참여 학생 중에는 자존감이 매우 낮았던 아이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꿈의학교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대하는 법을 배우면서 화성시어린이의회 의원이 되기도 했고, 내년에 자신이 직접 평소 관심 있던 분야를 주제로 꿈의학교를 개설해 운영해 보고 싶다는 꿈을 가진 아이도 나오는 등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아이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꿈의학교

"처음에는 내 생각을 다른 친구들에게 말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었지만 이제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게 됐어요."

‘내마음754 꿈의학교’에서 만난 김태양(화성 정현초 5년)군은 꿈의학교 활동을 통해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김 군은 "꿈의학교에 참여하기 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도 다른 친구들이 공감하지 못해 분위기를 망치거나 친구와의 사이가 틀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내마음754 꿈의학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경험하면서 ‘나와 타인의 생각이 다른 건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 생각을 밖으로 꺼내는 데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김시찬(화성 청계초 3년)군도 "평소에는 말도 별로 없고, 다른 친구들에게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꿈의학교 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 고민이 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꿈의학교에서 배운 여러 상담 방법들을 이용해 고민을 들어줬더니 친구들이 좋아하면서 고맙다고 해 뿌듯했다"며 "장래희망은 축구선수지만, 앞으로도 고민이 있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질 수 있도록 상담을 통해 도와주며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직접 만나 본 ‘내마음754 꿈의학교’ 참여 학생들은 저마다 높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또한 ‘심리상담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생겼다.

허 대표는 "꿈의학교 수업을 받으면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게 되며 심리상담사라는 직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아이들도 있다"며 "이 때문에 꿈의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이 올해 모든 수업을 마치면 각자가 재학 중인 학교 내 Wee클래스 교사와 연결해 학교 안에서 보조 역할을 하면서 직업으로서의 심리상담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담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그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물론 ‘내마음754 꿈의학교’에 참여했다고 해서 아이들이 반드시 심리상담사가 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꿈의학교를 통해 마음이 건강해지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낼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동탄신도시에는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 소수이다 보니 그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파트 단지별로 경로당에서 이뤄지는 수준이어서 꿈의학교에서 상대의 얘기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체험해 보고, 직접 경로당에 찾아가 어르신들의 ‘마음친구’ 역할도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삶을 살 수 있길 기대한다"고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사진 = 화성 내마음754 꿈의학교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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