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묘지 구입 어려움 등으로 장례문화가 매장 중심에서 화장 형태로 점차 변화해 2006년에는 화장률이 매장률을 앞서기 시작했다. 또 화장한 유골은 납골묘, 봉안당 등 봉안시설, 수목장 및 잔디장 등 친자연적인 장례 방식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 양평군은 지역 내 공설화장시설이 없어 겪게 되는 주민들의 불편함, 경제적·심리적 소외감 등을 해소하고자 고심해 왔다. 이에 건립추진계획, 조례 제정, 추진위원회 구성, 타당성 조사 등을 마치고 현재는 건립후보지 공개모집 절차를 진행 중이다.

본보는 ‘주민 편의와 비선호 시설’이라는 순기능과 역기능, 동전의 양면을 가진 ‘뜨거운 감자’인 양평군 공설화장시설 설치에 대해 짚어 봤다.

정동균 군수가 전문가 자문위, 실무부서와 함께 타 지자체 우수사례 등을 살펴보며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정동균 군수가 전문가 자문위, 실무부서와 함께 타 지자체 우수사례 등을 살펴보며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 인근 시·군 광역화장시설과 연계 노력에도 ‘불발’… 미룰 수 없어 자체적 건립 ‘선회’

 매장 형태 장례문화로 인한 국토의 잠식과 환경 파괴 등 역기능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묘지 관리의 한계와 어려움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러 지자체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광역을 넘나들며 친자연적이며 수요자의 욕구에 맞춘 장사시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장사시설은 고인의 안치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추모와 휴식·문화·역사가 공존하는 생활공간의 일부로서 공간 재구성의 의미도 크다.

 양평군의 최근 5년간 화장률은 2014년 77.1%, 2015년 80.9%, 2016년 81.4%, 2017년 84.7%, 2018년 85.8%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화장률을 분석한 결과 2020년 87.9%, 2022년 89.5%, 2030년에는 91.7%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평군 장사시설 지역수급계획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군민이 희망하는 장사 방법은 화장 91.6%, 매장 8.4%로 조사됐다. 특히 공설장사시설로는 화장시설(38.6%)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해 자연장지, 봉안시설보다 높았다.

 양평군은 그동안 주민들의 화장수요 충족을 위해 새롭게 문을 연 인근 시·군의 광역화장시설을 동등한 자격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 그러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화장시설 이용 수요가 원만치 않다는 의견, 이용 수수료 등 어려움이 커 자체적으로 공설화장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기본 방향을 설정했다.

양평군이 ‘공설화장시설’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서울추모공원.
양평군이 ‘공설화장시설’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서울추모공원.

 # 주민들, 자체 공설화장시설 필요성은 ‘긍정’ 그러나 우리 지역은 ‘NO’

 양평군에는 지속적인 화장률 증가에도 공설화장시설 및 공설자연장지가 없어 주민 불편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설봉안시설의 경우 1개소가 있으며 안치 가능 구수는 4천212구 규모다. 하지만 이마저도 2021년 상반기께는 만장될 것으로 알려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인근 지자체의 화장시설 수급 부족 및 예약 지연, 원거리 이동에 따른 불편, 고액의 화장수수료 등으로 경제적·심리적 소외감 등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공설화장시설 건립을 위한 여정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공설화장시설은 지역에 꼭 필요한 편의시설임에도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이 기피하는 이른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주민들이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내 지역에는 건립되지 않기를 바라는 양면성을 가진 비선호시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재산권과 생활권, 환경권 침해 우려 등을 꼽는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은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 지역 발전 기대감, 공익적 효과가 더욱 크기에 건립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양평군이 ‘공설화장시설’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내부식당.
양평군이 ‘공설화장시설’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내부식당.

 # 최대 쟁점은 부지 선정, 주민 자발적 동의 등 당위성 확보가 관건

 공설장사시설 건립의 최대 쟁점이 될 부지 선정과 관련,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동의가 우선돼야 한다.

 양평군은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 등을 거쳐 주민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적절한 부지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공모지역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규모 등과 관련해 인근 지자체 사례, 주민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기로 했다.

 양평군은 건립후보지 선정을 공개모집 형태로 추진한다. 공모기간은 올해 12월 15일까지이며 자격은 공설화장시설 입지 마을(유치위원회) 대표자로, 건립 후보지(행정리)의 총 가구주 60%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마을 대표자 명의로 해당 읍·면을 경유해 군청에 제출하면 된다. 주민동의서는 해당 마을의 주민총회 의결 및 결정을 거친 후 주민등록표 등본상 가구주 서명을 받아야 한다. 

 건립 규모는 부지면적 3만㎡ 내외로 화장시설은 화장로 5기, 건축총면적 3천㎡이며 봉안시설과 자연장지로 이뤄진다.

 

지난 9월 ‘양평군 공설화장시설 건립’ 후보지역 공모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지난 9월 ‘양평군 공설화장시설 건립’ 후보지역 공모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 공익 위한 배려에 ‘특별한 보상’ 당연… "공설 화장시설 유치가 지역 발전 기회 될 것" 

 양평군은 공설화장시설을 자연친화적인 테마공원을 겸한 형태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기피시설이 아닌 지역 발전의 기회로 만든다’는 전략 아래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주민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유치지역에는 60억 원 규모의 마을발전기금이 연차적으로 지원된다. 또 공설화장시설의 부대시설인 식당 및 매점, 장례용품 판매점, 카페 등 운영권도 부여된다. 화장시설 규모에 맞게 기간제 근로자를 우선 채용하며, 유치 지역 읍·면민은 화장수수료가 면제된다. 

 양평군은 공설화장시설을 지역 문화 접목 등 테마가 있는 장사시설, 휴식과 추모시설 결합, 지역 공원화, 명소화 등 지역주민 친화적인 장사시설을 추진한다는 포부를 내왔다. 진입로 주변 화목류 식재, 산책로·등산로 설치, 숲 해설 프로그램 운영 등 이미지 개선과 함께 편의 증진사업, 이용자 참여 프로그램 개발 등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사업 일환인 신재생 그린에너지 사업과의 접목 등을 통해 기피시설 이미지를 탈피하고 차별화된 테마가 있는 특화시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양평군 관계자는 "공설화장시설의 필요성은 역대 군수 누구나 느껴 왔을 것이다. 주민 반대 등 부담으로 인해 실천이 어려웠지만 민선7기 들어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며 "지역 발전 및 일자리 창출, 경제효과 등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최선을 다해 추진할 것이다. 많은 격려와 관심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양평=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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