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기 인천환경운동연합 탈석탄TF 팀장
이완기 인천환경운동연합 탈석탄TF 팀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기후정상회의에서 세계 65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70여 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일부 환경단체는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11월 19일 국회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공청회가 열리는 아침 ‘멸종반란한국’ 소속 청년 10여 명은 국회 정문에 자전거 자물쇠로 목을 묶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2050 탄소 중립이 아니라 당장 2025년 탄소 중립에 나서지 않으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기후 정책을 수립할 때 기후위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청년, 여성, 노동자, 농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정책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이야기처럼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은 중요하지 않다. 2050년 탄소중립까지 여러 경로가 있을 수 있는데 경로에 따라 총배출량의 차이가 최대 수배까지 차이가 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로로 갈 것인가와 1.5℃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이다. 이를 탄소 예산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가 지금처럼 배출하면 남은 탄소 예산은 7년에 불과하다. 작년 유엔환경계획 ‘온실가스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전 세계는 매년 7.6%씩 줄여야 한다.

한편, 인천시는 지난 4월 22일 시의회,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언 이후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했다. 또한 최근에는 제2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창립된 ‘탈석탄 동맹(Powering Past Coal Alliance)’에 가입한다고 발표했다. ‘탈석탄 동맹’은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원인인 석탄발전을 OECD 및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나머지 국가는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 관계자는 최근 총 6기의 석탄발전 중 2기만 2030년까지 중단하고 LNG 발전으로 전환할 것을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했다. ‘탈석탄 동맹’ 목표와 IPCC 1.5℃ 보고서가 제시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최소 45% 감축을 맞추기 위해서는 10년 안에 모든 석탄발전을 멈춰야 한다. 인천은 충분히 가능하다. LNG 발전 설비 규모가 석탄발전보다 3.5GW 많아 LNG 발전 현재 이용률 30%를 80%로 높이면 석탄발전을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 석탄발전은 LNG 발전보다 온실가스(CO2) 1.69배, 대기오염물질 3.87배, 미세먼지(PM2.5) 10배를 더 배출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LNG 발전마저도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대체돼야 한다. 인천 전력 소비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100배 이상 재생에너지 설치가 필요하다. 석탄발전은 2017년 기준 인천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인간이 만든 것 중 완벽한 것이 없듯이 재생에너지도 100% 친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선거에서 덜 나쁜 정치인을 뽑는 것처럼 덜 나쁜 에너지를 선택해야 한다. 아니면 당장 에너지 사용을 멈춰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마치 음주운전을 방조한 동승자와 같이 우리는 더 나쁜 것을 묵인하는 꼴이 된다.

지구 기온 상승은 인간의 체온에 비유되곤 한다. 일반적으로 36.5℃를 정상 체온으로 보고 1℃가 올라 37.5℃가 되면 미열이 난다고 하고 몸 일부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여기에 0.5℃가 더 올라 38℃가 되면 고열이 난다고 하고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지금 지구는 이미 1℃가 올라 전 세계 여기저기서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곧 0.5℃가 더 오르는 상황을 맞아야 한다. 온도를 낮춰 정상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정상일 텐데 우리는 1.5℃ 상승 즉 인간의 체온으로 따지면 38℃가 최선이라며 이를 지키냐 마냐를 걸고 싸우고 있다. 왜 우리는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일까.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