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도시계획학박사
김선석 도시계획학박사

얼마 전 과천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400대 1을 넘었습니다. 이처럼 서울과 가까운 지역, 특히 강남과 가까울수록 아파트 인기가 더욱 높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은 그의 산문집 「하피첩(霞帔帖)」에서 두 아들에게 ‘서울에서 멀리 떠나서 살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 당시에도 오늘날과 같은 서울의 미래 가치가 보였을까요. 

이러한 서울 집중화에 따른 주택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1989년 1기와 2003년 2기 신도시에 이어 2018년부터 3기 신도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공급되는 신도시 지역은 남양주 왕숙(6만6천 가구), 고양 창릉(3만3천 가구), 하남 교산(3만2천 가구), 부천 대장(2만 가구), 인천 계양(1만7천 가구) 등 총 30만 가구입니다. 이 신도시들의 공통점이라면 서울 도심까지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으로 조성하면서도 지역 특성과 주변 환경에 적합한 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청약은 내년부터 시작됩니다. 치열한 경쟁률이 예상됩니다. 이 가운데 어느 도시가 미래에 가장 인기가 있을까요? 대부분 사람들은 서울과 가까운 지역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규모는 크지만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는 세종시 같은 경우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미래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3기 신도시는 어떤 특성을 갖도록 건설해야 도시 가치를 높이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답은 자족성입니다. 자족성은 도시가 ‘인구 규모에 적절한 경제활동과 도시기반시설을 확보함으로써 성장 잠재력을 갖춘 상태를 말합니다. 따라서 자족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를 갖춰 나갈 때 인기 있는 도시가 됩니다.

첫째는 고용기반입니다. 다시 말해 ‘경제성’입니다. 한 도시 내에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충분하면 ‘직주근접(職住近接)’을 통해 교통 혼잡을 줄일 수 있습니다. 2기 신도시인 판교는 IT와 같은 첨단산업을 육성해 도시로서 만족도가 높습니다.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겠지요. 3기 신도시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대규모 가구 수를 공급하는 남양주 왕숙은 경제활동이 도시 내에서 가능한 자족성을 갖춰 나갈 때 살고 싶은 도시로 성장할 것입니다. 

둘째는 생활기반입니다. 즉 ‘편익성’입니다. 사람들이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백화점과 같은 판매시설, 병원과 같은 의료시설 그리고 문화·교육시설 등 편익시설을 잘 갖춰야 합니다. 이러한 시설을 갖춰 나가는데는 ‘적정 규모의 인구’와 ‘기업 유치’가 요구됩니다. 해외 성공 사례라면 영국의 밀턴 킨즈(Milton Keynes)를 들 수 있습니다. 이곳은 런던의 인구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한 신도시입니다. 1967년부터 30년 동안 지속 가능한 자족도시를 만들기 위해 외국기업과 첨단산업 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3천여 개의 기업을 유치할 수 있었고, 인구도 25만 명으로 늘어 영국의 비즈니스 중심도시가 됐습니다. 

셋째는 교통시설입니다. 다시 말해 ‘접근성’입니다. 도시 내 교통 네트워크가 편리하고 대도시인 서울과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 등이 원활해야 합니다. 현재 수도권은 GTX(Great Train Express)라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통기반시설은 도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서울의 인구집중과 교통체증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크게 완화시킬 것입니다. 

현대 경영학 대가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는 "번영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창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세계는 전문화와 특성화 등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인적 자원과 과학기술 등을 배경으로 한 경제적인 측면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미래의 3기 신도시, 지금은 허허벌판이지만 앞으로 10년 후 3기 신도시 모습을 자신만의 안목과 통찰로 예측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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