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가계 대출과 카드사, 백화점 등 판매 신용을 더한 가계 신용 잔액이 1천682조1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가 폭도 44조9천억 원으로 2016년 4분기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라고 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와 아파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주식 ‘빚투’(대출로 투자)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에서 17조4천억 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에서 22조1천억 원이 늘었다.
주목할 부분은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은 증가 폭을 기록한 기타 대출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자금과 주식자금,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가 합쳐지면서 나온 결과라고 한다.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펀더멘털을 초과한 주택과 주식 가치 고공행진은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가계부채 부실화는 물론이고 소비까지 추락하며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이 타격을 입고, 이는 다시 투자와 고용, 가계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물론 경기침체에 코로나19까지 겹친 상황에서 국가, 기업, 가계 모두 빚이 늘어나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는 신용 경색과 부도, 파산 같은 천둥번개와 우박으로부터 우선 몸을 피하는 게 상책일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빚에만 의존하면 결론적으로 똑같은 최악 결과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저금리 시대다. 민간 영역부터 부채규모 감축을 추진하되, 경착륙을 위해 ‘고금리 대출상품 억제, 저금리 대출상품 확대’라는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도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 막을 내리고,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권의 여신 회수가 본격화될 것이고, 제일 먼저 타격을 입게 될 곳은 저소득·저신용 한계가구의 ‘가계부채’가 될 것이다. 결국 가계부채 구조조정은 ‘어떻게 이들 한계가구 소득을 끌어올림으로써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부채를 줄여가느냐’로 요약된다. 답은 하나, 양질의 일자리다. 안타깝게도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강력한 기업규제 법안,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재정확대’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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