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체인형 슈퍼마켓 브랜드 COOP는 액센츄어와 공동으로 2015년 엑스포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슈퍼마켓을 출품해서 큰 호응을 받았다. 호응이 커지자 원래 1회성 Pop-Up 매장으로 출품했던 미래형 슈퍼마켓을 상설매장으로 전환해 현재 밀라노에서 영업 중이다. 그렇다면 대체 미래형 슈퍼마켓은 어떤 모습일까?
이곳에서는 상품 진열대마다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고객의 상품 선택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즉, 농산물 생산자의 정보, 상품정보, 요리법, 영양정보, 가격정보 등이 고객의 동선과 몸짓에 따라 표시되고 로봇 점원과 로봇 팜이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된 매대를 정리한다. 이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농산물 생산에서 유통, 판매-소비까지 이어지는 유통단계는 데이터 중심 시스템으로 정비된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과는 달리 농업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기존 정보혁명에 사물인터넷 디바이스 증가가 더해져 일어나는 변화이다. 즉 정보와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초래되는 혁명인 것이다. 결국 이런 혁명을 가능케 하는 것은 유효한 데이터 양과 이를 해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이다. 이제 농업유통에 필요한 혁신이 바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화폐로 거래할 때 해킹을 막기 위한 기술로,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내역을 보내주며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 방식을 사용한다. 체인처럼 무수히 데이터 블록이 늘어나는 블록체인, 신뢰성을 단단하게 높인다.
블록체인은 ‘블록’이라고 불리는 데이터를 시계열로 체인처럼 연계시켜 취급한다. 블록은 미리 정해진 데이터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일정 시간마다 새로운 블록이 생성돼 블록체인의 최신 블록에 다음 블록으로 접속된다. 이 블록에는 일정 시간 동안 발생한 사건이 기록되며, 시간이 변함에 따라 이 블록은 증가한다.
비트코인인 경우, 거래 기록이나 검증에 관한 계산에 막대한 시간·비용이 필요하며 계산에 협력한 사람에게는 그 대가로 비트코인이 지불된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통화 외에 어떤 거래 기록도 블록체인 구조에 기록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바로 ‘신뢰성’이다. 체인처럼 연결된 구조상 블록체인 속의 블록 내용을 바꾸려면 그때까지의 모든 블록도 바꿔야 한다. 하나의 블록만 바꿔도 검증이 실행돼 바뀌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블록체인을 바꾸려면 막대한 계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하다. 덕분에 블록체인은 관리자가 없더라도 단단한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몇몇 글로벌 금융기관이 독자적인 가상통화와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이용한 결제시스템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 역시 농업에 활용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작황 및 출하 시기를 예측하는 로봇 어드바이저, 블록체인을 활용한 농수산물 안심보장제 등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인 기술을 농업에 접목시켜 농업 효율화를 꾀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농산물 생산자 그룹과 소비자 그룹을 연계시키는 농산물 직접 생산-소비 연계 유통플랫폼으로 구축해 운영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이렇게 소비되는 농산물 수요를 실시간으로 집계하고, 이러한 소비 수요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수집 서비스한다. 그러면 이 정보를 받은 농산물 생산라인 스마트팜 그룹은 적합한 농작물 선행과 그에 필요한 포장을 실시간으로 구분해 각 농장별로 수요량을 배분하고, 마지막으로 생산자 그룹의 간편한 유통 시스템에 의해 분산 배송하게 된다.
이렇게 블록체인 기술을 농업에 사용하면 주문과 배송 등을 위한 특별한 시스템이 필요 없으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클라우드 시스템 등이 알아서 소비자의 일상적인 소비량에 맞는 농산물을 유통 배급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농작물 소비가 촉진된다.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농업유통 혁신이다. 따라서 블록체인 혁신은 농업유통에 있어서 농산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 데이터 경제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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