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영업시간까지 30분 남았습니다. 오늘부터는 새벽까지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먹자골목의 심야식당을 찾은 최모(46)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 첫날인 지난 24일 오후 8시 30분께 종업원에게서 이 같은 요청을 들었다. 평소처럼 식당을 방문한 그가 그제야 식당 안을 둘러보니 자신 외에 손님은 딱 한 테이블만 있을 뿐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먹거리를 제공하는 이 식당은 새벽 4~5시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이날부터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거리 두기 2단계를 시행하면서 오후 9시까지 영업이 제한됐다.

최 씨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남은 음식을 포장해 달라고 한 뒤 가게 문을 나섰다.

먹자골목에서는 "한 잔 더 할 곳을 찾아보자"며 호기롭게 소리를 지르는 일행도 있었지만 줄줄이 영업을 종료한 가게 앞에서 손님들은 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30분 후 찾아간 부평역 먹자골목. 이곳 분위기도 주안역과 마찬가지로 썰렁했다. 인적이 끊기다시피 한 유흥가에는 이마에 시름이 가득한 점주들만이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부평역 먹자골목에서 올해 초 개업해 작은 주점을 운영 중인 박모(39)씨는 "8∼9월 1차로 영업 제한을 할 때도 가게를 닫을까 생각했다"며 "이제 더는 버틸 재간이 없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박 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계속되는 매출 감소에 폐업의 기로에 서 있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이들은 정부의 3차 재난지원금 지원을 비롯해 임대료 인하, 전기세·수도세 감면 등 후속 조치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후 9시 이후에는 포장과 배달을 통한 식당 영업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인기 있는 ‘배달앱’에서 상위권으로 노출되려면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우리 같이 작은 가게는 손님들이 꺼려 해서 테이블 영업은 아예 안 된다고 봐야 하고, 유명 배달앱 맨 하단에 있는 가게 이름은 손님들이 찾기도 힘들다"며 "일단 임대료, 전기세, 수도세라도 깎아 주거나 면제해 주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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