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얼마 전 오래된 친구가 사진전을 열었다. 인천의 옛 모습을 기록한 것으로 진기한 역사기록물이다. 과거를 접하니 감회가 새로운 반면 이질적인 송도 신도시의 아파트 숲이 떠오른다. 도시는 문화를 담아 내는 그릇이다. 어떤 문화를 갖고 있냐에 따라 그 도시는 색다른 형태와 모습을 갖게 되는데 이 문화를 즐기려고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하게 된다. 그래서 유럽 여러 도시들은 자기들만의 고유 문화를 지키기 위해 엄격한 규제를 만드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과거를 버리지 않고 과거 속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새로운 도시를 세울 때도 마찬가지이다. 도시의 건설 방식에는 큰 목표를 세우고 필요한 기능을 설정해 배치한 다음 여백에 다양한 시설을 설계하게 된다. 물론 이 목표 설정에는 도시가 담아야 하는 문화 즉 도시 안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고려가 무엇보다 필요하고 이것은 그 도시가 갖고 있는 문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이 없다면 도시는 그야말로 특징이 없는 시멘트 더미에 지나지 않게 된다. 소위 베드타운 아니 고급 수용소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주위에 이뤄지고 있는 원도심 개발과 신도시 건설에 대해 두 가지 점에서 우려스럽다. 그것은 원도심과 신도시의 아파트 위주 개발 방식과 두 지역 간의 단절이다. 국내의 도심 개발이나 신도시 건설은 대부분 동일한 개발 방식을 답습해왔다. 즉 빠른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인천의 원도심도 어김없이 이러한 건설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다시 말해 재개발, 재구축 이름아래 구옥(舊屋)들을 헐어 버리고 그대로 현기증나는 고층 아파트를 올리는 것이다. 예전 동인천부터 제물포, 주안, 상동, 중동, 구월동 그리고 현재의 송도 신도시에도 마찬가지이다. 

지금도 원구도심이나 신도시에 가보면 빈 곳이면 어김없이 고층 아파트를 올리는 수많은 크레인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주택 공급을 위주로 하는 도시 건설에는 문화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효율성을 우선한다면 주위나 문화와는 상관없이 고층 아파트를 올리는 것이 보다 쉽고 수익성이 높을 것이다. 인천 원도심이나 송도 신도시 역시 이렇게 개발이 되다 보니 이렇다 할 특징도 없을 뿐더러 성냥 곽의 무미한 아파트 단지로 메워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인천만이 아니다. 몇 가구 안 되는 시골마을 한가운데에도 어김없이 고층 아파트가 서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아파트단지가 일견 편리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주위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숨막히는 삶이 되기 마련이다. 

다른 하나는 원도심과 신도시와의 단절을 꼽을 수 있다. 더욱이 불편한 교통과 소득 차이로 인해 이 둘의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인천에서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 도시가 소득 등의 신분계급으로 나뉘게 되면 그 도시는 결국 지역별로 대립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송도의 문화가 원도심의 모습을 어떤 형태로도 담아내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적 연결은 고사하고 원도심과 전혀 이질적인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송도 신도시가 나름 문화가 있지도 않다. 다른 신도시와 같이 단지 빼곡한 아파트 군락과 그 속을 비집고 있는 상가일 뿐이다. 이것이 자칫 인천이라는 도시가 역사도 잃고 문화도 잃어버린 정체성 없는 도시가 될까 우려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구 전동과 싸리재 골목에 옛날 가옥을 중심으로 카페 골목이 형성되고 있고 인천 도크가 시민을 위한 친수공원으로 개발된다고 한다. 과거에 현재를 입히는 현상이 나름 원도심에서 약하게나마 일어나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도시는 과거는 과거대로 존재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과거에 대한 편안함을 숨쉴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문화가 살아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 이해와 창출이 선행돼야 한다. 이것에 대한 고려 없이 높은 빌딩을 올리려는 것은 보기도 좋고 살기도 편할지 몰라도 사람이 사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즉 생(生)은 있되 삶은 없는 것이다. 신도시는 원도심의 연속이지 별개의 사회가 아니다. 예전 것을 간직하면서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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