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꽤 오래전에 읽었던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모토 마사루)에서 알게 된 자연의 놀라운 가르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자는 ‘눈(雪) 결정체가 모두 다르다면, 물의 결정체도 저마다 다르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풀려고 다양한 물의 결정체 사진을 찍어본 결과, 실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사랑’이나 ‘감사’라는 글자를 보여준 물은 아름다운 육각형 결정체가 됐고, ‘악마’라는 글자를 보여준 물은 흉측한 모습이 됐던 겁니다. 음악에도 반응했습니다. 쇼팽의 ‘빗방울’을 들려주자 정말 빗방울처럼 생긴 결정체가 나타났고, ‘이별의 곡’을 들려주자 결정들이 잘게 쪼개져 마치 두 사람이 이별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저자는 "어떤 글, 어떤 말, 어떤 음악을 들려주든 물은 그것에 담긴 인간의 정서에 상응하는 형태를 취했다. 오랜 연구 끝에 마침내 물도 의식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합니다. 물의 가장 아름다운 결정체가 나타났을 때는 인간의 어떤 정서가 전해졌을 때였을까요? 만약 그것을 알게 된다면 그런 정서로 세상을 살아가면 우리도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바로 ‘사랑과 감사함’이라는 정서가 있을 때였다고 합니다. 「흥하는 말씨, 망하는 말씨」(이상헌)에 따르면, 식품이나 상품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주장합니다. 강원도에서 된장을 담그는 첼리스트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녀는 된장이 숙성되는 동안 직접 첼로 연주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된장은 맛과 영양이 풍부해서 비싸도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합니다. 저자는 일본의 ‘다마고 보로’라는 과자 회사도 소개하는데요. 이곳에서는 과자를 만드는데 일반 계란의 3배나 비싼 유정란만을 고집한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시장 점유율이 무려 60%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놀란 것은 과자를 만들 때 직원들이 외치는 말이었습니다. 그들은 ‘감사합니다’를 외칩니다. 경영진은 1시간 동안 ‘감사합니다’를 외친 직원에게는 별도의 상여금을 준다고 하니, 회사의 경영철학이 놀랍기만 합니다. 

물이든 된장이든 과자이든 그것들이 자신을 대하는 사람의 정서에 그대로 반응한다는 사실이 경이롭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람들끼리 관계에서도 그럴 것이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사랑과 감사함을 전하는 사람에게 어느 누구라도 마음의 문을 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것이 서로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지요. 저자의 글 중에서 기억나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화를 낼 때 내뱉는 숨을 담은 봉지에 모기를 넣으면 몇 분 안에 죽지만, 웃을 때 나오는 숨을 담은 봉지에서는 모기가 훨씬 더 오래 산다’라는 문장이 그것입니다. 행복은 자연의 세계가 가르쳐준 것처럼 사랑과 감사함이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내가 먼저 사랑과 감사를 전해야겠습니다. 감사할 일은 늘 우리 주위에 있습니다. 그것이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말입니다.

「울지 말고 꽃을 보라」(정호승)에 꽃박람회에 간 엄마와 어린 딸이 나누는 대화가 소개돼 있습니다. "꽃은 어디서 태어나는 거야?"라고 묻는 딸에게 ‘꽃씨’라고 말해주자, 딸은 "그럼 꽃씨 속에 꽃이 있어?"라고 되묻습니다. 그렇다고 하자, 딸은 나팔꽃 꽃씨 하나를 얻어 칼로 깠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 꽃이 없자 아이는 울고 맙니다. 그때 엄마가 이렇게 말해줍니다. "꽃씨 속에는 꽃이 분명히 있어. 다만 하늘의 바람과 햇살, 땅의 흙과 물이 한데 마음을 합쳐야만 꽃이 피어날 수 있는 거야. 꽃을 피우는 것은 사람이 아니란다."

그랬습니다. 저 혼자 애써서 자란 줄 알겠지만, 사실은 이렇게 많은 존재의 사랑을 먹고 자란 겁니다. 그러니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사랑하고 감사하다고 표현하면 물도, 된장도, 과자도 그에 상응하는 아름다운 반응을 보인다면, 사람끼리는 어떻겠습니까. 서로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끌어안을 수 있는 그런 행복감이 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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