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김해신공항 사업이 백지화 수순에 들어가면서 가덕도 유치가 본격화되고, 김해나 가덕도보다 접근성이 좋은 밀양을 포함해 검토해야 한다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 문제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치 위·촉·오 천하3분의 모습이랄까.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에 대해 ‘정부 정책 결정의 역사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가덕도파가 환영하자,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국가 정책을 뒤집을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하는 김해파, 그러자 ‘지역 표심을 위해 정책을 뒤집은 지난 14년간의 역사에 대해 누구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 

차제에 가덕도나 김해보다 접근성이 좋은 밀양을 포함해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과 실리를 따져 보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것. 더하여 검증위원회가 안전·소음·운영·환경 등에 큰 문제가 없어 동남권 신공항 여건을 충족한다면서도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은 조작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에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만큼 ‘가덕도 노무현 국제공항’으로 명명하자는 의견과 어차피 정부·여당이 가덕도 공항을 추진하는 이상, 적극 찬성한다는 야당 의원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 

그런데다 일부 검증위원들은 ‘김해신공항을 유지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잡히자 몇몇 위원들이 반발해 사퇴 입장을 밝히는 등 내부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났다’면서 황당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연 여야의 입장을 놓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지역균형발전인지 아니면 지역 간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것인지. 감사원 감사로 변경 절차의 적절성을 따져봐야 하는 것인지. ‘희망고문’은 끝내야 한다는 견해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참 혼란스럽다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싶다. 

물론 2030 엑스포에 맞춰 가덕도 신공항을 개항해야 한다는 부산권의 주장을 정부·여당과 일부 야당 의원들이 수용하고 있으므로 대세는 가덕도파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대구 출신의 무소속 홍준표 의원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덕도 신공항을 적극 찬성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으며 대구지역 민심도 과거 ‘밀양·가덕도·김해 세 곳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었던 때와는 달리 내부적으로 반발이 적다’는 점도 한몫 거들고 있다. 특별법 제정도 곧 마무리 될 터이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입지 문제나 10조 원 이상 건설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는 초대형 국책사업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안 한다는 반발을 넘어 곱씹어봐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검증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김수삼 한양대 교수는 "김해신공항 백지화나 폐기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검증위원회의 요구는 기존의 김해 신공항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보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재검토를 거쳐 쓸 수 있으면 쓰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김해 신공항 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좌절을 느끼지 말고 우리 안을 재검토하는데 용기를 가지고 덤벼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덕도 신공항이 아니라 김해 신공항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가덕도파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검증위원회가 마치 김해를 폐기했으므로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한다는 핑계를 접고,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 문제가 불거져 보궐선거가 있으므로 부산의 표심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솔직한 고백(?)이 선행돼야 한다. 한마디로 정치적 이유인데 둘러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17년간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평가 작업 반복은 행정 낭비의 대표적 사례라는 점도 분명히 해야겠고, 사분오열 양상을 보이는 야당의 태도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인식해야겠고, 가덕도 신공항이 결과적으로 국토균형발전에 성과를 내주기를 기대하면서도 그동안 온갖 문제점에 대한 자성과 변화의 진솔함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적폐의 누적이 될 터이고, 자칫 검증 과정이 ‘범죄 수준’으로 불투명했다는 지적이 수사 의뢰 등으로 번진다면 이 또한 보통 일이 아니지 않겠는가.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정치가 추모식이 열린 달의 감회가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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