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환경적으로 여행이란 단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어려서는 여행과 관광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주말마다 어른들 손에 붙들려 전국 방방 곡곡을 다닌 기억이 있다. 그나마 조금 컸을 무렵인 초등학생 시절 기억으로는 가족이 속한 산악회 모임이 주말마다 강화도 마니산으로 산행을 떠나 마니산 산행에 대한 기억은 나름 뚜렷하다. 그 덕에 지금도 단군이 제사를 지냈다던 참성단과 함허동천은 내게 고향 명소처럼 다가온다. 

얼마전 티브이 광고를 보다가 온몸에 전율을 느끼는 광고 카피를 들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사의 광고인데 ‘여행이 우리에게서 여행을 떠났다’는 카피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쉬워져 그 실제 가치를 가볍게 대했던 여행이란 것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곁에서 멀어졌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금껏 우리에게 여행은 찾아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이동에 제한이 걸리자 여행이란 것이 우리에게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일상에서 많은 것들과 이별하고 지내고 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최근 들어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토로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다이빙이 취미인데 여행이 제한되다 보니 취미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갑 기념 자신에게 줄 선물로 수년간 북유럽 여행자금을 모은 지인은 기약없이 코로나 종식만을 바라고 있다. 

여행 없는 삶으로 인한 답답함은 이미 우리 모두에게 익숙해졌으며 조금씩 길들여져 가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광고 영상 말미에 ‘모든 여행의 마지막은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문장이 흐른다. 모든 여행의 끝은 집에 오는 순간이라는 것이기에 말이다. 우리 일상 속의 모든 행복과 기쁨 또한 언젠가는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우리도 하루빨리 휴가철을 대비해 여행지에 대한 나름 심각한 고민을 해보고 항공권을 예약하는 설렘을 느끼고 싶다. 여행 가서 입을 옷을 가방에 챙기고 현지 느낌이 물씬 나는 숙소와 실패할지언정 로컬 맛집을 방문하는 ‘여행의 설렘’을 머릿속으로나마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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