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코로나19는 인간에 의해 몸살을 앓던 지구가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이다." 이 말에는 우리 인류 사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담겨 있다. 

편의성과 경제성을 최우선 가치로 살던 삶의 방식이 바이러스를 퍼뜨렸고, 인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기후위기까지 직면하게 만들었다. 

기후위기 징후는 북극 빙하, 호주 산불사건 등 뉴스에서 접하는 먼 나라에서 나타나는 것만이 아니다. 인천의 바다와 육상 생태계에서도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중국과 인천 백령도를 오가는 점박이물범은 올해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이른 시기에 백령도에 도착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황해 해수 온도 변화 등으로 추측된다. 실제 황해의 경우 100년을 기준으로 연평균 1.37℃ 해면 수온이 상승했다. 또한 양서류 번식 시기도 2주에서 한 달가량 빨라졌다.

인천기상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양서류 산란 시기인 2~3월 인천 평균 기온이 점차 증가했다. 70년대 3월 평균기온이 3.45℃이던 것이 2000년 이후로는 5℃가 넘었다. 2월 평균 기온도 70년대와 80년대 영하이던 것이 90년대 이후에는 영상이었고 올해는 평균 2.5℃를 기록했다.

이대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돼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면 생물다양성뿐만 아니라 지구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인류의 생존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생태계 능력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도 있다.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중 절반가량을 육상생태계와 해양생태계가 흡수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생태계를 잘 보전하고, 복원하는 일이 기후위기에 대비하고 극복하는 일이다.

인천시는 그린뉴딜 정책 발표에서 예산을 투입해 숲과 공원을 조성하고 갯벌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한데 이미 존재하고 있는 그린벨트와 갯벌을 개발하는 정책이 추진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시민들의 쾌적한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공간으로 생태계서비스 가치가 1조8천600억 원에 달한다고 평가되고 있다.

335만㎡에 달하는 계양 3기 신도시 계획부지는 그린벨트로 수도권 서부권역에 기후변화, 도심열섬현상을 완충해 주는 공간이다. 남동구에 추진되는 남촌일반산업단지 부지 그린벨트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경인아라뱃길 주변지역 그린벨트는 호시탐탐 개발 이익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선거철 공약 대상이 됐다.

갯벌매립 훼손 계획도 현재 진행형이다. 송도갯벌을 대규모 매립하면서 일부를 남겨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송도습지보호지역은 제2순환고속도로와 배곧대교 추진으로 위태롭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태풍이 빈번해지면서 해안침식도 가속화되고 있다. 인천 섬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해수욕장과 해안사구 모래 유실이 심각하다.

갯벌과 사구는 해일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방파제 그리고 기후변화를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기관은 해안지역 개발 허가를 내주고 있고, 해양생태계 변화를 가속화하는 해사채취는 오늘도 진행 중이다. 

이제는 그린벨트를 보전, 복원하고 해안가와 갯벌 개발이 아닌 사구와 갯벌 보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인천의 새로운 공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10.45㎞에 달하는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구간을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하자는 목소리에도 인천시는 도로기능을 최우선으로 염두해 두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반환 부평미군기지 공원조성 계획도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으로 두고 세워야 한다.

자연생태계는 기후위기 경고등이자 극복을 위한 백신이다. 이제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은 생물다양성을 위한 일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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