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이주배경 청소년 문제는 건강한 사회로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다.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겪는 사회적 배제와 미묘한 차별에서 비롯된 부적응 문제는 날로 다양화돼 가는 세계화의 흐름과도 어긋난다.

지난달 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주최로 이주배경 청소년과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아 가기 위해 어떠한 제도적·문화적 안전장치가 필요한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이주배경 청년들의 정보 상담, 역량 교육, 취업 연계 등 사회 진출 지원을 위한 ‘청년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이주배경 청소년, ‘경계인’으로서의 삶과 선택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경가연)과 경기도교육연구원은 11월 26일 ‘이주배경 청소년, ‘경계인’으로서의 삶과 선택’을 주제로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삶의 모습과 이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포럼을 진행했다.

포럼은 박경태 성공회대 교수를 좌장으로 최충옥 경기대 명예교수의 ‘글로벌 이주시대, 이주배경 청소년 정책의 방향과 과제’ 기조강연으로 시작했다.

이어 최영미 경가연 연구위원의 ‘경기도 이주배경 청년 생활 경험 및 정착 방안’, 임선일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의 ‘중도입국 청소년의 학교생활과 진로 지원 방안’ 발제 후 강은이 시흥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과 한경은 신천초등학교 교감의 지정토론, 참가자들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최충옥 교수는 이주배경 청소년의 탄생과 현재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 배경들을 진단했다.

최 교수는 현재 사회를 세계화와 정보화의 급격한 발전으로 사람과 노동력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글로벌 이주 시대로 정의했으며, 글로벌 이주 시대는 ‘이민’으로 자국을 떠나 타국으로 이주하며 자국의 문화가 단절되는 과거와 달리 사회적 관계망이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주민들은 모국과 정주국의 이중 정체성이 형성됐다.

실제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49만 명(대한민국 국민의 4.6%)으로 수년 안에 전체 국민의 5%가 외국인으로 구성된 다문화 국가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 재외동포 수도 약 180개국 749만 명으로 1971년 7만 명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다문화사회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은 이주배경 청소년 수를 증가시켰고, 이들의 교육 문제가 새롭게 대두했다.

경기도교육청의 국제결혼가정 자녀의 학업 포기 현황에 따르면 초등학교 진학 포기 및 중퇴자는 10%, 중학교 미진학 및 중퇴자는 20%로 조사됐다. 또 외국인가정 및 중도입국 자녀의 학업 포기 현황에서도 언어 문제(56%)와 이로 인한 낮은 성적(16%)의 문제를 겪고 있으며 따돌림·구타·교우관계(20%), 생활수준 차이(4%) 등의 문제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다문화교육을 위한 별도 전담부서, 인력 배치와 ‘다문화교육법’을 제정하고 ‘다문화교육진흥원’을 설립하는 등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다문화교육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적 기구의 직접 문제 개입을 위한 제도 개선 시급

최영미 경가연 연구위원은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에게 초점을 맞춰 도내 거주 이주청년 21명을 선별해 진행한 심층면접 결과를 발표했다. 

이주배경 청년 중 외국 출생 청년들은 진학과 취업을 하지 않게 될 개연성이 높아 이들의 자존감, 동기 부족, 취업 포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적·제도적 권리 제한이 시급히 완화돼야 한다고 조사됐다.

또 한국 출생 이주배경 청년의 경우 외국 출생 청년들과 달리 한국인과 동등한 법적·제도적 권리를 갖지만 낮은 사회적 자본, 한국 교육과정에 대한 정보 부족, 분리한 진로 선택 등이 문제로 나타났다.

최 연구위원은 "이러한 심층면접 결과는 결국 우리 사회가 사회 통합의 관점에서 전반적인 문화와 환경이 이주배경이 없는 한국 국적자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이러한 우리 사회 문화를 환기해서 문화다양성을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 방안으로 ▶청년법·청년지원조례 등 개정 및 재정의 ▶미래 세대 청년들에 대해 정보 상담, 역량 교육, 취업 연계 등 원스톱 지원체계 ‘청년센터’ 설립 ▶도내 이주배경청소년지원센터 확대 운영 ▶이주배경 청년 기본사업 모델 개발 ▶진로교육 확대, 전문기술 취득 등 역량 강화 ▶문화다양성·상호문화 이해교육 강화를 제시했다.

임선일 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학교생활과 진로 지원 방안을 중심으로 이주배경 청소년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중도입국 청소년 비율은 초등학교 5.4%, 중학교 10.7%, 고등학교 12.2%로 상급학교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어 소통, 문화적 정체성, 가정환경, 다양한 입국 경로 등 복합적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국내 출생 다문화학생들보다 공교육 진입과 문화적 적응, 진로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회와 교육에서 문제를 예측해 선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한국어가 서툴러 정보 습득이 제한적이어서 진로 정보가 부족하고, 문화적 부적응으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 출입국상 다양한 지위로 인해 취업 시 차별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중도입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문상담사의 정서·심리 지원과 입국 초기 한국어교육 지원, 통합교육을 기반으로 한 공립학교 형태의 교육기관 설립 등 교육 방식을 다양화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부모상담을 병행해 교육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기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 연계 인턴십 프로그램 확대 등 적극적인 진로교육과 한국어교육 프로그램 강화와 같은 실효성 있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교육과 자립을 잇는 전달체계의 필요성

이어진 토론에서 강은이 시흥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이주배경 아동들과 청소년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청년이 되고 사회에 내몰릴 수밖에 없지만 이들을 위한 정책들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외국 출생 또는 외국 성장 이주배경 청년들에 대한 정책은 핀셋 형태로, 국내 출생 한국 국적 이주배경 청년들은 보편적 서비스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며 "진로상담과 교육을 진행하고 적절한 교육 및 자립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는 전달체계 없이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정책 서비스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맥락에서 청년센터 설립 또는 이주배경청소년지원센터의 확대 운영 제안은 반갑다"며 센터 구축을 통한 통합적인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경은 신천초 교감은 이주배경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을 학교의 입장에서 바라봤다.

한 교감은 "먼저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입국 초기 정서·심리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또 이들에 대한 교육 방식이 확대되고 개선돼야 한다"며 "이와 함께 이주배경 청소년 부모를 대상으로 상담과 교육을 확대해 이들의 정서적 충격을 완화시키고 안정적인 이주가 이뤄져야 한다"며 학교현장에서 마주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어 "이주배경 청소년이라는 대상에 대해 구분 짓기 식이 아닌 동일한 청소년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할 뿐만 아니라, 이주배경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립 역량 강화와 삶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정부나 각 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지원정책들이 마을 내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망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럼에 참석한 정정옥 경가연 원장은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어떻게 하면 우리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포럼을 개최해 이주배경 청소년들에 대한 정책 마련에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포럼이 이주배경 청소년들을 우리 사회의 이방인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고민의 한 과정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리=임하연 기자 lhy@kihoilbo.co.kr

   자료=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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