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 설봉공원은 시민들은 물론 외지인들이 많이 찾고 있는 대표적인 명소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새해 해맞이 행사, 이천 도자기축제, 설봉산 별빛축제, 이천쌀문화축제 등 다양한 축제와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콘텐츠를 품은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설봉공원 한쪽에 이천을 빛낸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충효동산도 있다. 

이곳에는 거란의 소손녕이 침입해 왔을 때 외교담판으로 물리친 장위공 서희 선생을 비롯해 고려부터 대한제국까지 이천이 낳은 충신, 효자, 열녀, 애국지사 72명의 행적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무공수훈자 공적비, 충혼탑 등이 설치돼 있다. 

거기에 독립운동가인 구연영 선생, 어재연 장군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항일 무장투쟁을 벌이다 순국한 이수흥 의사 동상이 함께 있다.

그런데 건너편에 있는 설봉공원 문학동산에 친일파의 대표적 문학가인 이인직, 서정주 문학비가 설치돼 있어 볼썽사나웠다.

얼마 전 이천지역 시민사회단체인 미래이천시민연대와 이천시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천역사문화연구회, 이천거북놀이보존회가 합심해 문학비 철거에 앞장섰다.

이들은 철거 퍼포먼스를 가진 후 엄태준 이천시장에게 철거 요청서를 전달, 이천시는 즉각적으로 문학비 2기를 직접 철거에 나섰다.

또한 후손들이 그들의 행적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철거된 자리에 친일행적을 기록한 표지석을 세우도록 했다.

내가 태어나고 그동안 살아온 이천에 잔존하는 친일행위자의 흔적을 지웠다는 소식은 듣는 순간 10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간 것처럼 마음이 상쾌해졌다. 

일제식민 통치의 역사적 아픔을 지울 수 있도록 한 각 시민단체와 엄태준 이천시장에게 큰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번 친일파들의 문학비 철거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아직까지 남겨져 있는 일제 잔재물들에 대해 제대로 된 청산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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