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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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지쳐간다
  • 기호일보
  • 승인 2020.12.03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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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달력도 이제 마지막 장만 남았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코로나19와 함께한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덕분에 역대 최대 규모 재정이 집행됐고,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역대 최대 규모로 빚이 늘어났지만 빈부 격차는 더 심해졌고, 여당 승리로 안정적 국정운영을 기대했지만 민심이반과 사회혼란만 가중됐다. 그나마 잘한다고 평가받던 방역 여론도 점차 돌아서고 있다. 시대와 민심이 부여한 소중한 기회가 황망하게 지나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사에서 국난을 극복한 패턴은 같았다. 정부가 방향을 잡고 협조를 구하면, 국민이 단합해 고통을 감수하며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왔다. 코로나19 초기에도 그렇게 했기에 감염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했고,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민이 고통을 감수한 지 10개월이 넘어가는데도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자명하다. 정부의 방역 조치가 전문가들의 조언보다 늘 한발짝 늦거나 낮은 수준으로 시행돼 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치하는 비전문가들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르지 않았기에 발생한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의미가 얼마나 큰 지에 대해선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국가 중대사를 앞둔 상황이면 당정청이 주도해 보수적이고 선제적으로 방역에 집중하는 게 상식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수험생 확진자가 전국에서 골고루 터져 나온다. 그런데도 신문과 방송에선 법무부장관·검찰총장의 갈등, 보궐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 난무, 공수처 설립과 탈원전의 무리한 추진 등 대부분 국민 삶과 거리가 먼 주제를 놓고 진영 간 이전투구를 벌인다. 그러면서 말끝마다 ‘국민을 위해서, 국민의 편에서’라며 입에 발린 소리를 해댄다.

지난주 서울의 모 아파트에선 말다툼 중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한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이유가 다름 아닌 ‘아파트 매입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였다고 한다. 아파트가 고공행진, 전세대란을 유발한 부동산 정책과 무관하다 볼 수 없을 것이다. 기가 막히게도 정책의 사령탑인 김현미 장관은 역대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지금도 자신의 기록을 경신해가는 중이라고 한다. 국민이 지치지 않는 게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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