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윤 진흙탕 싸움을 끝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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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윤 진흙탕 싸움을 끝내면서…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 기호일보
  • 승인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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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벌어진 진흙탕 싸움의 종결이 눈앞에 이르렀으나 남긴 상흔은 결코 작지 않다.

검찰에 부는 정치 외풍을 막으려 법무부와 별개의 검찰총장제를 둔 역할에도 의문이 생겼고, 법의 지배 원리는 물론이고 판·검사 출신의 법학적 교육과 훈련에서 나온 법률가로서 소신과 인간 수양 면에서 충격을 줬다. 혹자는 추 장관의 무리한 태도를 탓하고 또는 윤 총장의 고집을 꾸짖는다.

두 사람 모두 낙제점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스스로의 낮춤’이란 덕목은 아예 눈 씻고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고, ‘상대의 존중에서 비롯되는 협력’은 애당초 없었다. 그 직책에 어울리는 기본적 소양과 자질 면에서 평가하면 국가적 위기라고 단언하는 이들도 꽤 많다. 그렇다. 두 사람의 행태를 보면서  떠오른 건 「삼국연의」에 나오는 삼고초려의 고사였다. 그 결과가 아니라 세 차례에 걸친 진행 과정.

유비가 관우·장비를 데리고 초려를 처음 찾아갔을 때 제갈량을 만나지 못했다. 장비가 좀이 쑤셨는지 "이제 돌아갑시다" 하며 채근하자 유비가 "좀 더 기다려보자. 곧 돌아올지 모르잖느냐" 하면서 정성을 기울였다. 관우는 "잠시 돌아갔다가 사람을 시켜 문안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 속에 세 사람의 ‘스스로 낮춤’에 대한 소양을 엿볼 수 있다. 

두 번째 찾아갔을 때는 날씨가 몹시 험했다. 장비가 불만을 터뜨렸다. "온 천지가 꽁꽁 얼어붙어 전쟁도 못할 판인데 이렇게 먼 길을 와서 코빼기도 못 보다니 신야로 돌아갑시다." 

유비가 타일렀다. "나는 제갈 선생에게 정성을 보여주고 싶으니 아우는 불편하면 먼저 돌아가거라." 이렇게 해서 유비 일행은 제갈량의 동생과 장인을 만나는 것으로 만족하고 되돌아온다. 

세 번째 초려를 찾아갈 때, 장비는 몹시 언짢아하며 거칠게 말했다. "형님이 직접 갈 게 뭐 있소? 내가 가서 동아줄로 꽁꽁 묶어 데려올 테니 여기서 기다리시지요."

유비가 대꾸한 내용은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추 장관과 윤 총장 둘은 모두 장비 스타일을 좋아해서인지 감찰하고, 치받고, 재판 걸고, 주위에다 윽박지르라고 해왔으니 그 결말이 부드럽게 끝낼 것이 애초부터 기대 난망이었다. 아니 뜻하는 바를 현명하게 달성하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었다고 할까. 도대체 그 두 사람이 법무장관으로 검찰총장으로 발탁된 까닭을 알고나 있었을까 하는 의심부터 드는 판이니. 

사족을 달지 않을 수 없다. 유비와 제갈량은 마침내 마주 앉았고 가슴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20년의 나이 차, 한 사람은 살벌한 싸움터에서 살아온 무장이고, 다른 이는 평범한 시골선비였으나 서로를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했다.

"나라가 극도로 혼란스럽습니다. 간신배가 왕명을 도둑질하고 있어요. 천하에 대의를 세우고자 하나 힘이 부족합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이 애끓는 호소에 제갈량이 움직이게 되는 건 모두가 아시는 바다. 어려울 것이다. 오늘의 고위 공직자가 나라를 위하고 국민의 공복으로서 처신하기를 기대하는 것부터. 판·검사직을 벗으면서 정치권에 꽃수레를 타고 영입돼 누리는 권력의 맛을 어찌 잊으랴. 애초부터 사법권 독립, 검찰 독립에 대한 건 립서비스였을 터이고.

이 나라에, 이 엄중한 시기에 국민적 통합과 안정을 토대로 미래 발전과 번영과 희망에 대한 비전을 주는 지도력이 절실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나 판단에서 헤아려야 할 이치가 요청되고, 조직 이기주의, 지역 이기주의, 진영의 이익만을 위해 죽자 살자 싸우는 한심한 정치 세력에게 철퇴를 내려도 시원찮을 터인데 법의 ‘언행(言行)’마저 막장 드라마나 다름없게 됐다.

아무리 판세가 불리해도 180도 뒤집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프레임으로 바꾸는 재주가 만연하는 데 추·윤 둘이 이바지(?)한 공로는 아마 역사 속에 길이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누가 이긴들 허물어진 법의 원칙과 신뢰가 되살아날 리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일. 자신을 낮추고 상대의 진심을 이끌어내는 열정과 노력의 작은 조각이라도 법과대학에서 가르쳤으면 좋겠고, 특히 사법시험에서 합격한 그 인재들에게 강조됐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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