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3단계 당시 설치한 탑승교의 부대설비 시스템이 말썽이다. 덕트를 지하매립형으로 설치한 탓에 한여름에는 지열로 인해 냉방 능력이 떨어지고 유지·보수 문제가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공법을 인천공항 4단계 탑승교에도 적용해 과다한 국가 세금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탑승교 부대설비는 항공기 내부 공기 순환을 위해 만들어진 공조시스템(PCA), 항공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GPS), 항공기에 물을 공급해 주는 장치(PWS) 등 3개 장치로 구성돼 있다. 현재 탑승교 대부분이 이들 부대설비를 하단에 부착해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설치기준으로 8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점도 있다. 무게가 많이 나가 탑승교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A380 같은 대형 항공기의 탑승교가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하부에 대형 부대시설을 부착하면 안전상 큰 위험이 될 수도 있어서다.

이에 부대설비를 공항 지상에 부착해 덕트를 항공기에 연결하는 ‘공항 지상 부착형 및 덕트 지상연결형’(지상연결형)과 부대설비를 공항 지상에 부착하고 덕트를 지하로 매립하는 ‘공항 지상 부착 및 덕트 지하매립형’(지하매립형)’이 도입됐다.

문제는 인천공항 3단계 건설에 도입된 지하매립형이다. 지하 매립으로 인한 지열로 덕트 통과 후 토출되는 온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냉방공조기 특성상 결로가 발생하면 매립으로 인해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설계공법이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발주한 4단계 탑승교 제작설치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4단계 탑승교 건설사업비가 약 800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과다한 국가 세금이 허투루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 현장관리인력은 3단계 방식에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4단계에 계속 적용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며 "매립형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고 제품 자체의 효율적 사용이 불가능해진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관계자는 "3단계 지적사항을 개선한 이후 4단계에서 적용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현장에서 나온 매립형에 대한 지적은 아직 들어보지 못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안재균 기자 a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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