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코로나19로 경제와 사회가 얼어붙은 데다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움츠림과 쓸쓸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나눔, 온정(溫情)이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그 온정은 인천 서구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마스크가 귀할 당시엔 한 분당 겨우 2매지만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마스크 배부에 나섰고, 상인과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방역단을 결성해 빈틈없는 방역을 실시했다. 복지관을 못 가게 된 어르신, 등교가 미뤄진 학생들을 위해 정성 가득 담긴 도시락과 간식꾸러미도 전했다. 방콕 생활에 지친 심신을 달래줄 다양한 체험키트가 등장했고, 언택트를 넘어 온택트를 통한 실시간 소통도 이뤄졌다. 

서구 지역화폐인 서로e음도 구민과 소상공인을 더 단단히 이으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꽁꽁 얼어붙은 골목상권에 온기를 불어넣으며 ‘서구민은 서로e음’이란 연대와 협력이 곳곳에서 끈끈함을 더했다. 최대 22%의 혜택을 제공하는 혜택플러스 가맹점을 확대하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서로e음으로 지급하고, 배달서구를 통해 전국 1호로 공공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고, 온리서구몰과 냠냠서구몰로 이뤄진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했다. 이러한 혁신적이면서도 선제적인 정책들이 이음에 힘을 보탰다. 

그런 가운데 차곡차곡 모은 캐시백을 보다 뜻깊게 사용하고 싶다는 구민분들의 의견이 잇따랐다. 역내 소비 진작을 위해 구민과 소상공인, 구가 함께 쌓은 캐시백이 서구 곳곳에서 진짜 필요한 곳에 가치 있게 쓰이길 바라는 뜻에서다. 그래서 이번엔 기부를 키워드로 ‘서로도움’ 도입에 나섰다. 스마트폰에서 앱 하나로 쉽고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서로e음 플랫폼에 기부 기능까지 결합시켰다. 서로e음 앱으로 들어가 ‘서로도움’을 클릭한 후, 게시된 기부 사연에서 돕고 싶은 이웃을 선택하는 구조다. 

공개 접수한 ‘서로도움’ 사연은 ‘이를 어쩌나’ 싶을 만큼 눈물 났다. 배우자 간병에 장애를 지닌 두 아이를 돌보느라 경제적·신체적 어려움을 모두 겪는 가정부터 사기를 당한 후 가족과는 단절되고 희귀난치질환으로 직장도 다니지 못한 채 좁은 고시원에서 홀로 사는 여성, 심한 장애를 겪는 자녀로 인해 야간근무로 힘겹게 살림을 꾸리던 중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어 생계가 막막해진 부부까지 놀랍게도 TV 다큐멘터리에서나 접했을 법한 사연으로 꽉 찼다. 이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들이 이젠 ‘서로도움’을 통해 이웃의 온정을 받게 된다. 

‘서로도움’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공공행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각종 영역에도 적극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 손길은 복지 외에 환경, 교육, 교통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다. 일례로 지난번 개최한 청소년 정책토론회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제안한 기발한 정책을 ‘서로도움’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 아침을 굶는 청소년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청소년기부터 금융지식을 습득하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보다 규모를 키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도 있다. 캐시백을 펀딩화해 후원 체계를 조직하고 이를 협동조합화하면 공익과 사람 중심의 사회적경제 모델까지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경증 난독증 학생들에게 학습교재를 지원하는 사업 등을 구민의 힘으로 해내는 거다. 

얼마 전 ‘팬데믹 이후의 세계: 연결에서 연대로’라는 주제 아래 열린 제11회 아시아미래포럼에 초청받아 발표도 하고 토론에도 참여했다. 공동체 플랫폼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서로e음을 세계적인 석학과 지방자치단체장, 시민사회 활동가에게 소개했다. 토론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사회적 가치 혁신정책을 여섯 가지로 요약하면 ‘생활밀착형, 공동체 중심, 민관 협력, 이해당사자 간 충분한 대화와 소통, 연결과 플랫폼, 실질적인 성과 창출’이다. 모두가 서로e음이 거쳐온 과정이라 놀랍고 신기했다. 이번에 출발하는 ‘서로도움’이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서로e음의 지속가능성 역시 한결 명확해졌다. ‘지역화폐가 이런 역할까지 할 수 있나’ 싶을 만큼 자발적인 나눔에 기반해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의 가치를 구현해내고자 한다. 경제와 사회를 잇고 마음까지도 온전히 이어지는 행복한 공동체 플랫폼이 서구를 따뜻하게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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