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없는 집에서 화재가 발생해 크게 다친 미추홀구 초등학생 형제 사건 이후 인천시는 물론 국회와 정부까지 나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지만 여전히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인천시가 ‘학대·위기아동 보호 및 지원 강화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학대 아동을 즉시 분리할 수 있는 아동복지법도 개정됐지만 분리 이후 아이들이 몸을 피할 곳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책이 무대책이었던 셈이다. 본보는 학대 아동이 분리된 이후 찾게 될 아동보호시설의 현주소와 문제점 그리고 체계적인 보호시스템 마련을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를 5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학대피해나 결손 등의 이유로 양육시설을 찾는 아동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몸을 맡겨야 할 시설들은 다양한 사정으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아이들은 학대피해로 분리된 이후에도 몸을 피할 곳을 찾아 헤매야 하는 실정이다.<관련 기사 3면>

부평구 A아동양육시설은 올해 총 10명의 아동이 새로 입소했다. 보통 새로운 아동이 입소할 때마다 기존 아동들과 알아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적응기간을 갖지만 올해는 그럴 틈이 없었다. 10명 중 8명이 1월부터 5월 사이 몰리면서 아이들끼리 원만한 관계를 쌓을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19로 외부인의 방문이 제한되면서 사정은 더욱 열악해졌다. 입소 아동들의 심리치료 활동이나 각종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외부 활동이 금지되면서 정서적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아동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A양육시설은 정원 66명 대비 현원 46명을 채우고 있지만 신규 입소보다는 기존 아동들이 시설에 잘 정착하기 위한 정서적 안정기간을 갖는 게 우선이라고 호소한다.

미추홀구 B공동생활가정은 적게는 8세에서 많게는 15세의 아동 5명이 모여 생활하고 있다. 이들 중 4명이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세를 보이고 있어 사회복지사들은 아이들의 통학과 생활지도, 학교 수업진도 추가 지도, 치료 동행 등 매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느라 쉴 틈이 없다. 항상 인력난에 시달리다 보니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고학년 아이가 아닌 이상 추가 아동 입소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구 C아동보호시설은 인천에서 유일한 일시보호시설이다. 학대피해 등으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들은 앞으로 머물러야 할 양육시설을 배정받기 전 일시보호시설에서 최대 3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다. 공동생활가정이나 아동양육시설 입장에서는 보호아동의 건강상태 등을 미리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일시보호시설을 거치지 않은 아동은 받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C시설은 인천에서 유일한 시설이다 보니 정원 50명 중 남는 자리가 없어 학대 등 분리가 필요한 아동은 바로 입소하지 못하고 다른 쉼터를 전전할 때가 많다.

인천의 한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는 "최근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지속적으로 취약아동을 발굴하고 있는데, 발굴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아이가 안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며 "양육시설 현장에서 아동들을 받지 못하는 이유들을 파악하고 지도·감독을 하거나 개선해 주는 등의 조치가 없다면 학대피해 아동들에게 두 번 상처 주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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