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영 월전송(왼쪽)과 권소영 송림.
백범영 월전송(왼쪽)과 권소영 송림.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이 2020년 겨울 기획전으로 ‘송하보월松下步月:달빛 비추는 밤 소나무 아래를 거닐다’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유망한 한국화가 9인의 소나무 그림 35점을 소개한다. 각 작가의 그림 안에서 소나무는 자화상이 되기도 하고 선인에 대한 흠모, 자연의 대변자, 추억의 조각 등 다양한 해석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전시회는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해보다 힘들었던 시민들에게 생기를 조금이나마 불어넣기 위해 마련됐다.

대한민국에서 소나무는 나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길상적인 표현의 대상이자 군자와 선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징물이기도 하며 목재나 약재, 땔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와 긴 세월을 함께 했다.

오늘날 소나무를 지속해서 그리고 재해석하는 작가들은 적지 않다. 그렇다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소나무와 함께 나아가는 작가가 많지는 않다.

이번 전시에 함께 한 작가들의 공통점은 억지스러움 없이 가까이에 소나무가 많은 이유로, 우연히 먹이 번져서, 풍경의 한 조각으로 자연스럽게 그렸다.

생태적인 속성을 이유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는 삼국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많은 예술가들에 의해 애호되고 있다. 현재도 소나무는 한국의 전통적인 모티브로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며 변함없이 사시사철 아름다운 빛을 내뿜는다. 이러한 모습을 백범영·양정무·유예진의 작품으로 만나 본다.

또 권소영·박정연·임무상의 소나무 그림은 산이나 달과 함께 그리면서 영원불멸의 강인한 생명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자연에 대한 존중과 순리의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는 등 다채로운 소나무의 모습을 보여 준다.

유윤빈과 이동원은 흠모하던 옛날 예술가들과 문인들의 발자취를 소나무와 함께 따라가며 그들의 삶을 돌아보게 했고, 송승호는 찰나를 살아가는 인생의 의미를 소나무가 있는 풍경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이천=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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