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이다. 이제는 초등학생들조차도 검색엔진으로 유튜브를 쓴다고 한다. 코로나사태 이후에 유튜브 강의는 날개를 달아 상당한 기간 유튜브 전성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매체가 기존의 글과 같은 매체를 대체하게 될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금속활자로 인한 인쇄술은 15세기 구텐베르크에 의해 확산됐다. 초기에 선정성 높은 음란물을 찍어 팔다가 마침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판 성서인쇄가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이것이 민간에 풀리자 당시 성직자에게 국한됐던 성서를 읽게 됐고 급기야 종교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이후 시민들의 문맹률이 낮아지면서 출판업은 상당한 성공을 이루게 된다. 이후 출판된 책으로 인해 근대 문화혁명이 일어나는 계기가 된다. 

최근 정보기술 발달로 확산된 동영상 유튜브는 새로운 지식 파급시대를 열었다. 예컨대 연예인 백종원은 음식비법을 유튜브에 공개해 맛집의 차별을 없앴다. 누구든 따라만 하면 최고급 음식점의 맛을 흉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유튜브가 이같이 좋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이한 것은 글 읽기는 독자가 능동적인 반면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은 시청자가 수동적이라는 점이다. 독자는 글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기도 하고 나름 자신의 생각을 보완하거나 확장하게 된다. 이것을 우리는 지적 활동이라고 부른다. 즉 독자가 적극적인 지적 활동을 해야 이해를 하고 자기 생각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의 이해에 맞춰 읽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능동적인 것이다.   

한편, 유튜브 같은 동영상은 이미 주어진 속도로 일방적인 방송을 들을 수밖에 없다. 시청자는 수동적이 돼 방송되는 콘텐츠에 맞춰 집중하게 되는데, 만약 이해가 안 되면 반복해 시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필요하다면 댓글 등의 형식을 통해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더욱이 동영상 콘텐츠는 실질적인 소통이 쉽지 않기 때문에 동영상 강의는 일방적인 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동영상 콘텐츠는 자동차 정비나 혹은 요리 강습 같이, 단편적이고 글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그런 콘텐츠에 적합하다. 

다시 말해 유튜브로 사색이 필요한 개념을 다루거나 이것을 교육한다는 것은 현대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집중도가 10분 내외임을 감안한다면 긴 방송물로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아마 TED와 같이 주로 20분 내외의 인터넷 강연이 활성화된 것은 이 같은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이 책의 수요가 줄고 유튜브가 더욱 활성화되면 깊은 생각을 담는 책은 점차 자리를 감출 것이고 이 자리에 가벼운 지식 창고인 유튜브가 대체할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결국 우리의 지력은 더욱 떨어 질 것이고 앞으로 지적활동의 출발점인 "무엇을 알아야 하는 가"라는 질문까지 인공지능 기계가 담당하게 되면 우리는 생각이 없는 그야말로 본능에 입각해서 행동하게 되는, 지적능력 부재의 야만시대로 돌아가리라는 것이다.  

유튜브 파괴력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유튜브에는 엄청난 양의 지식이 내 머리가 아닌 소위 네트워크 클라우드 내에 저장돼 있다는 점이다. 아무 때나 필요하면 찾아볼 수가 있다. 굳이 수고스럽게 내 머릿속에 그 지식을 담을 필요가 없다. 결국 그 지식은 내 것이 아닌 것이고 내 몸에 체화돼 있지도 않은 것이다. 그러나 창조는 이러한 지식이 머릿속에서 서로 충돌, 융합 등 과정을 통해서 일어나는 것이고 또한 이때 새로운 생각이 나오는 것인데 작용할 기초 지식 자체가 결여되면 결국 아무런 지적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내비게이션에게 지도를 뺏겼고 노래방 기계에게 노래책을 뺏겼다. 이제는 유튜브가 우리 생각마저 위협하고 있다. 중세 유명 철학자는 "우리의 존재는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생각이 ‘편리함’이라는 명분으로 기계에게 빼앗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글 읽는 연습을 어릴 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기계에게 생각을 뺏기지 않도록 읽고 쓰고 생각하는 연습을 더욱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훈련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더욱 글을 기피하게 될 것이고 쉬운 영상 매체로 달려 갈 것이다. 어쩌면 이는 악순환을 불러와 그야말로 근대 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말한 대로 이기심만이 가득한 암흑 세상이 될 지도 모른다.

유튜브와 같은 정보기술은 지적 활동을 보조하는 수단이다. 그 수단이 우리의 지적활동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는 제도적인 힘을 빌려서라도 모두가 책을 읽고 사고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지적 활동이 거세가 되면 세상은 편리한 듯 보이나 우리의 판단력이나 지식 그리고 교양이 없는, 단지 기계의 노예로 사는 그런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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