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문제는 주먹구구식 대응이다. 보호대상 아동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도 부족하지만 기존에 있는 시설들을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없어 보호대상 아동이 발생할 때마다 그때그때 대응하는 식이다.

8일 인천시와 각 시설에 따르면 보호대상 아동을 양육시설로 입·퇴소시키는 업무는 여러 부처로 나눠 처리되고 있다.

학대피해 아동은 의심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현장으로 나가 조사를 한 뒤 일시보호시설이나 학대피해아동쉼터 등으로 인계한다. 보호자의 질병이나 빈곤 등으로 가정에서 보호하기 곤란한 경우나 가출·미아 등으로 발생한 보호대상 아동은 아동복지관에서 상담 후 시설에 입·퇴소시킨다. 여기에 지난 10월부터 보호대상 아동에 대한 공공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각 군·구에서 아동보호전담공무원을 배치해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발굴하고 시설로 인계하고 있다. 시 여성청소년과는 양육시설 및 보호시설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시와 군·구, 산하기관인 아동복지관, 민간위탁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 각 아동양육시설 등 보호대상 아동을 관리하는 곳의 협력체계가 없다 보니 돌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명절을 앞둔 9월 28일에는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3남매가 부모에게 학대를 당했다.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부모에게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일시보호시설에 입소를 문의했으나 그날 시설에는 남은 자리가 없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한밤중까지 다른 시설을 알아봤지만 모두 ‘받아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3남매는 결국 뿔뿔이 흩어져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하룻밤을 겨우 머문 뒤 다음 날 다른 곳으로 맡겨졌다.

이처럼 보육교사나 숙사 부족 등의 문제들이 개선되더라도 양육시설이 다른 이유로 아동 입소를 거부한다면 의미가 없어진다. 입소 거부를 제재하거나 아동 수용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가 없는 탓에 현재로서는 아동 인계 담당자가 각 양육시설에 일일이 연락해 사정하는 방법뿐이다. 시설에서 입소를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시설별 입소 우선순위를 매기는 방법도 있지만 각 군·구와 시는 양육시설의 현장 조사 및 정기적인 간담회를 진행하는 데 소극적이다.

시설 부족에 전문적 체계 부재 등으로 일부 시설에 쏠림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역 내 보호대상 영아를 담당하는 곳이 없다 보니 미추홀구의 A아동양육시설은 일반 시설임에도 만 2세 미만의 아동들은 무조건 이 시설에 입소시키고 있다. 또한 일시보호시설 및 학대피해아동쉼터에 정원이 없을 경우 학대피해 아동 응급조치도 A시설이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아동양육시설은 국공립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아동 입소를 거부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고, 돌발 상황 발생 시 담당자가 타 지자체 시설 등을 알아보면서 입소시키고 있다"며 "보호대상 아동 입·퇴소 업무는 공식적으로 아동복지관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시는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