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사)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김용식 (사)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2020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이때 즈음이면 한 해의 일들이 얼추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지만 정치 영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안마다 정리가 되기는커녕 여야로 나뉘어 대치하고 있고 갈등의 골은 커지기만 한다. 거대 여당은 힘으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야당대로 반발하다 보니 협상을 통한 결과 도출은 요원해 보인다. 진영으로 나뉘어 각자의 주장이 난무한다. 각 진영에서 논리를 펴는 인사들을 보노라면 ‘저 사람에게 저런 면이 있었나’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선거운동을 할 때 주민들에게 싸우지 않고 정책으로 승부하는 정치문화를 만들겠다고 했던 사람들이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정책 대결로 보는 사람은 드물다. ‘여의도에만 가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옛말이 아직도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만 재확인하는 셈이다. 결국 국민들이 배신당했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 것일까? 한 주에도 수차례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린다. 여론이 요동치고 급반전이 이뤄지기 때문일 것이다. 지지층이 무너졌다느니 특정지역에서 대폭 하락했다는 기사가 제목으로 올라온다. 믿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임기 초에 잔뜩 기대하고 지켜보고 조금 문제가 있어도 잘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어왔는데 그 과정이 지루하게 반복되다 보니 믿음을 접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정국이 혼란스러울 때 개각을 통해서 정국 전환을 꾀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 법무부 장관이 지금처럼 주목 받아 왔던 적이 있었던가.

공자(孔子)는 정직한 사람을 들어 쓰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따르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들어 쓰고 정직한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인사는 중요하고 만인의 주목을 받는다. 이 같은 공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사람을 발탁할 때 사심에 치우치면 안 될 것이다. 학연이나 혈연 또는 지연에 따라 사람을 임명하면 능력 있고 정직한 사람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적재적소의 인사원칙을 무시하고 자신과 성향이 비슷하다고 해서 등용하면 화를 자초할 수 있다. 공자는 또 정치 요체 3가지를 제시했다. 먹을 것을 넉넉하게 공급하는 족식(足食)정책과 튼튼한 안보를 위해 군인들의 사기를 높이는 족병(足兵)정책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성이 지도자를 신뢰할 수 있도록 민신(民信)정책을 해야 된다고 했다.

그렇다. 국민들이 배고프면 정치의 한 축이 무너진다. 국민을 먹여 살리지 못하는 정부를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아닌가. 휴전상태로 북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나라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지도자는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일해야 하고 있다는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신뢰가 떨어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신뢰는 말을 통해 이뤄진다고 했다. 지금 국민들은 어떤 형태로든 참여를 원하고 있다. 쌍방향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고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신정 불령이행 기신불정 수령불종(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이라고 했다. 군주가 올바르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은 군주의 뜻에 따라 행동한다. 그러나 군주 자신이 올바르지 않으면 명령을 내려도 자발적으로 따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국민들의 반발에 직면함으로써 호헌이 개헌으로 바뀐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가 30여 년이 지난 지금 되풀이되고 있다면 그것은 난센스다. 

국민들이 생업을 뒤로 하고 정치에 몰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정치적인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면 지도자는 스스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그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조짐이 보인다. 인사가 잘못됐다면 공감하는 인사를 하고 신뢰가 떨어졌다면 그 원인을 찾아서 고쳐야 한다. 올해 안에 모든 것이 잘 정리돼 국민들이 편하게 생업에 종사하는 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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