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보다 더 아름다운 노을처럼
 장순휘 / 코레드 / 1만2천 원

장순휘 시인의 5번째 개인시집 「불꽃보다 더 아름다운 노을처럼」이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서 장 시인은 이순(耳順)을 넘어가며 삶을 성찰하는 자각의 시를 지향한다. 아울러 문학적 본질에서 시적 미학을 추구해 문학에의 여정에 좋은 시인으로 평가받는 그런 진화의 노력을 남기고자 애쓴 작품을 담았다. 

 그의 시는 일상적인 보편성이 특별성으로 재생산되는 문학적 통찰과 희로애락의 평상적 감성이 심미적으로 재해석되는 서정의 기교, 어휘력 그리고 역사와 상식선에서 무리하지 않는 견고한 애국심으로 시대적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특히 이번 시집은 애틋한 정을 음미하게 하고 남은 삶을 사유(思惟)하게 하는 힘을 내재하고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선 그의 자서문은 "유한한 인생에서 어느새 해가 지는 노을의 시간에 접어든 것처럼 이제 인생과도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낮의 해만 생각하던 그때가 아닌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아름다운 노을을 사랑하게 되고 진지하게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기에 밤하늘에 작위적인 불꽃의 현란함에 비교할 수 없는 노을의 색감과 구름과의 어울림과 땅거미와의 대화는 하루의 끝자락이 주는 신의 거룩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라는 의미심장한 여운을 던진다.

 항산(恒山) 장순휘는 육사(38기)를 졸업한 직업군인 출신으로 정치학박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숙명 같은 군인의 낙인을 극복하고자 남다른 고뇌와 인생의 성찰을 추구하는 시적세계를 숙련해 왔다. 이러한 장 시인의 노력은 성숙한 시들로 발표돼 왔으며 육사를 대표하는 시인(詩人)이 됐다. 2019년 육사 출신들의 화랑대문인회에서 ‘제2회 화랑대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고 과거 전쟁문학상 대상, 육사 화랑문학상 대상, 국방부 병영문학상 등 국방문학의 그랜드슬램을 통해 튼실한 실력을 검증받아 온 시인이기에 그의 시적 표현력과 구성력 그리고 작품성은 탁월하다고 인정받는다.  

기억 안아주기
최연호 / 글항아리 / 1만8천 원

어릴 적 버섯처럼 미끌거리는 식감이 별로였던 걸 경험한 아이들은 평생 그 음식을 멀리하며, 거절을 많이 당한 사람은 특정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내리려 해도 뇌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고 행동하지 못하게 붙들어 둔다. 

 책 「기억 안아주기」의 저자는 진료실에서 아이들의 기억에 관여하는 부모들을 만나면서 기억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신체 증상과 통증으로 나타나는지를 간파한다. 

 사람들은 몸이 아프고 괴로워서 병원을 방문하지만, 저자는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덮어 버림으로써 몸과 일상이 회복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성인이 돼서도 반복적으로 떠올라 똑같은 일상이 누구에게는 행복으로, 또 다른 누구에게는 불행으로 각인되고,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려서도 두려움과 호기심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나타내게 한다.

 나쁜 기억이 일상을 잠식하지 않도록 망각의 기술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가장 훌륭한 방법은 좋은 경험하기와 좋은 기억으로 왜곡하기다. 나쁜 기억은 편도체와 해마에 맡겨 두고 전전두엽을 활용하도록 한다. 시상하부의 쾌락 중추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마음에 맞는 사람과 여행을 떠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친구를 칭찬해 보라고 제안한다. 이 모든 좋은 경험은 뇌 영역 곳곳에 기억의 절편으로 남겨진다. 그리고 시간은 우리를 나쁜 기억의 망각으로 이끈다.

2인조
이석원 / 달 / 1만4천800원

 "그리하여 이십오 년 만에 다시 마음의 치료를 하러 병원에 다녀온 뒤로, 난 나를 구원할 것은 단순히 의사와 약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내 삶 전반을 돌아보고 고치고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내내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저 한 개인의 비과학적 추정 따위가 아닌, 길고 꼼꼼한 의학적 탐색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생의 반환을 넘긴 한 사람이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다가올 남은 생을 도모하기 위해 쓰는, 한 해 동안의 기록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책 「2인조」는 일상 속 스트레스에 지쳐 어느 날 몸도 마음도 무너져 버린 한 사람이 그런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보낸 일 년의 시간을 담은 기록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언제나 타인과 세상의 시선만 좇으며 살았지, 스스로에게는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깨닫고 늦게나마 자신과의 화해를 시도한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전작 「보통의 존재」와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등의 산문집을 통해 삶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 이석원은 타인과 세상이 아닌 나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이 책에서는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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