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정부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올해 10월까지 90조6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적자가 54조4천억 원임을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증가 속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년보다 국세 수입은 6조7천억 원 줄었는데, 정부 지출은 50조9천억 원이 더 늘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는 고스란히 국가채무 증대로 이어진다. 지금 추세라면 국가채무는 올해 말 850조 원대, 내년 말 950조 원대, 정권 임기 말(2022년 5월)에는 1천조 원대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에서 재정적자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재정지출의 효율과 효과다. 지금과 같은 소비성 지출 확대와 임시직 중심의 공공일자리 창출은 ‘생산적인 곳에서 비생산적인 곳으로 재원을 이전하는 비효율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세수를 초과한 재정확대는 단순히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하지만, 여기에 비효율적인 지출이 더해지면 민간 투자와 소비를 구축하면서 재정승수까지 악화된다. 소모성 지출을 위해 적자재정을 편성해선 안 되는 이유다.

재정적자 적정 수준은 적정 국가채무비율(GDP 대비 국가채무)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적정 국가채무비율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부채 증가 속도, 대외 의존도, 고령화 수준, 기축통화국 유무’ 등에 따라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통상적으로 소국 개방경제의 적정 국가채무비율은 41.5~45%, 비기축 통화국의 적정 비율은 37.9~38.7%로 추정된다. 우리는 두 가지 다 해당되는 바 암묵적으로 지켜온 적정 국가채무비율이 40%대다. 이것이 올해에 43.9%, 내년에 47.3%로 치솟을 전망이다.

요약하면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도 아니면서 대외의존도와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국가채무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공기업 부채는 GDP 대비 20%대다. 군인·공무원 연금 충당부채는 50%대로 OECD 중 가장 높다. 이런 것들을 다 합한 국제기준 국가부채비율은 오래전에 106.5%(2018년 기준)를 넘어섰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위정자들은 미국·일본 등과 비교하며 아직은 안심해도 되는 듯 행동하고 쓰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한다. 가랑이 찢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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