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삶은 기회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힘든 상황에서는 이 말이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에반 올마이티>라는 코믹 영화에서 나오는 명대사만큼은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TV 앵커인 에반 백스터는 세상을 바꾸겠다며 의회 의원이 되지만, 사실 그는 왜 세상을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신념조차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저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을 만나는 일에만 매달리게 되고, 그럴수록 가족과의 심리적 거리는 멀어져만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이 자신에게 방주를 지으라고 했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그 일에 매달립니다. 사람들의 ‘미쳤다’라는 비아냥을 듣고 고민하던 아내는 집을 나가 어느 식당에서 깊은 시름에 잠겨 있습니다. 슬픈 표정으로 앉아 있던 그녀에게 웨이터로 변신한 신이 나타나 묻습니다.

 "부인, 어떤 사람이 인내심을 달라고 기도하면 신은 그에게 인내심을 주실까요, 아니면 인내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까요? 어떤 사람이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면 신께서는 근육이 불끈불끈 솟아나게 해주실까요, 아니면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까요? 어떤 사람이 사랑을 달라고 기도하면 신께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취해 흐느적거리게 만드실까요, 아니면 사랑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실까요?"

 저는 이 대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작가나 감독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기회’라는 말에 깨달음을 얻은 아내는 드디어 남편을 이해하게 되고,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이어집니다. 

 삶이 버거울수록 함께 견뎌낼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들로부터의 격려가 힘겨움을 이겨내 결국에는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꿈꾸는 씨앗」(브라이언 카바노프)에 제대로 씻지도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 초등학교 5학년 소년과 선생님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성격도 좋았던 소년이 엄마가 돌아가신 3학년 이후부터 그렇게 변한 것을 알게 된 선생님은 아이에게 극진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었습니다. 

 성탄절이 다가온 어느 날, 아이들은 저마다 예쁜 선물을 선생님에게 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소년이 가져온 선물은 가짜 다이아몬드 팔찌와 1/4만 담긴 향수병이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아이들은 비웃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소년이 가져온 팔찌를 차며 "정말 예쁘다"고 했고, 향수를 손목에 뿌리며 기뻐했습니다. 수업이 끝나자 소년은 "선생님, 오늘 선생님에게서 우리 엄마의 향기가 났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소년은 그날 이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에 한 번씩 편지가 오더니, 언젠가는 편지글 끝에 ‘테드 스토다드 박사’라는 사인이 쓰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또 몇 년이 흐른 어느 날의 편지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내용과 함께 자신의 결혼식에 신랑 어머니 자리에 앉아주실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결혼식 날, 선생님은 그때 그가 주었던 가짜 팔찌와 향수를 뿌리고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식이 끝난 후 선생님과 그가 나눈 대화가 무척 감동적입니다.

 "선생님, 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해주시고, 제가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얘야, 너는 완전히 잘못 알고 있구나. 내가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 바로 너란다. 너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가르치는 법을 전혀 몰랐거든."

 감동적이죠? 삶은 기회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멋진 기회로 만드느냐 아니냐의 여부는 순전히 각자가 선택해야 합니다. 멋진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련까지도 가슴으로 안아야 합니다. 그것이 사랑이고, 그 사랑이 결국 소년을 훌륭하게 키운 선생님처럼 기적을 일구어낼 겁니다. 

 코로나로 인해 너무나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이 시련을 멋진 기회로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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