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일 인천친환경생활지원센터 센터장
지영일 인천친환경생활지원센터 센터장

긴 인류사에 견주어 최근, 매우 짧은 시간에 깊은 성찰을 경험한 우리다. 기후위기, 탄소중립, 그리고 코로나19라는 뼈아픈 과정을 통해서다. 그 결과, 우리는 비로소 현 상황의 특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전대미문, 급격한 위기, 전 지구적 위협,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등 표현이 그렇고 ‘대전환’이 상징하는 바다. 인간에 의해 노정됐던 환경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동시에 최적화됐다고 여겨지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과제가 현 인류에게 주어졌다. 

그 과제는 당장에 사회적 체계를 새롭게 떠받치는 강력한 구조로 굳어가고 있다. 이러한 양상하에서 에너지, 대중교통, 자전거, 폐기물, 자원순환, (도시)농업, 도시개발, 녹지와 공원과 같은 도시환경 분야는 산업체계, 시민생활 전반과 더불어 크고 작은 변화에 직면해 있다. 도시에 관한 계획 입안자이거나 정책 추진자가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면 도시기본계획은 녹색도시, 교통계획은 녹색교통, 산업진흥과 물류는 녹색산업, 지역에너지 계획은 녹색사회, 관광과 여가는 녹색관광으로 변환될 것이다. 

바야흐로 개조된 정책구조의 실행이다. 그를 위한 일차적인 주역은 (지방)정부일 것이다. (지방)정부가 나설 때 그것은 때론 처벌이나 규제 형태로 표현된다. 또 다르게는 촉진과 지원, 정보와 자료 제공, 그래서 제도와 정책의 강화로도 인식된다. 어떻든 (지방)정부는 생태환경적 가치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해야 한다. 정책 수립과 추진 과정에서 그것이 부차적, 후차적 수단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또 법적 요건을 그에 맞춰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지역 여건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도시의 회복력’에 다시금 집중해야 한다. 도시는 단순 거주지 이상으로, 위기로부터 거주자를 보호하면서 재난 이후 피해를 최소화하는 피난처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풍요로운 도시는 거주자에 대한 안녕을 보다 확실히 지켜줄 것이다. 그러한 도시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무엇을 근거로 그러한 도시를 판단할 수 있는가? 지난 2015년 제70차 UN총회는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하고 ‘지속가능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17개를 제안, 결의했다. 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저개발국에 상관없이 인류의 번영을 위해 힘씀과 동시에 환경을 보호할 것을 지향한다. 

이를 보면 7번 목표가 ‘적정한 가격-깨끗한 에너지’이고 11번 목표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이다. 7번 하위 목표 가운데는 재생에너지 비율 증대, 에너지 효율 향상, 청정에너지 기술 투자, 에너지 기반시설과 기술 개선이 포함된다. 11번 목표의 경우 대중교통 확대와 지속가능한 교통체제 제공, 지속가능한 인간정주 계획 및 관리 역량 강화, 세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보호 강화, 대기질 및 폐기물 관리, 공공 녹지공간, 자원 효율성·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재난 회복력 등을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화석연료 중심의 도시기반을 우선 벗겨내야 하겠다.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 원인자에 손질을 가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자원 효율성과 순환체계 개선, 그리고 폐기물 최소화를 이뤄낸 도시로 가야 한다. 에너지 생산·소비 방식은 지속가능하며 친환경적인 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건축물에는 최적량의 에너지가 투입되며 가능한 많이 자연 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하고 폐기 시 재활용과 친환경 처리가 보장돼야 한다. 시민의 일상생활 측면에서 보면 도시 내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의 도로체계, 풍부한 녹지, 비포장 노지의 확대가 필요하다. 

산과 들을 없애고 갯벌을 메워 세워진 도시는 종식돼야 한다. 도시가 자연과 공생하는 공간 시민들이 생산활동은 물론 휴식하고 인간적으로 충분히 교류하는 삶터여야 한다.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도시계획은 사람과 생태환경을 고려한 자연친화적이고 회복적인 계획에 비춰 고려돼야 한다. 모든 노력은 생태환경을 보호하고 지구적 책임을 동시에 수행하는 모델로 구상된다. 현재만큼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시대가 또 있었을까? 

환경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저탄소, 친환경 요소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결정하는 강력한 자극이다. 생사를 걸고 말이다. 하지만 환경 변화가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우리의 행동 변화를 일으킬까? 그때그때의 개인 선택에 맡기거나 몇 가지 상황만 바꿈으로써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전환을 위한 선택의 조건이나 추세가 될 상황이 확실히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