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락기 객원논설위원
김락기 객원논설위원

며칠 전, 동네 지붕마다 밤새 흰 눈으로 덮였다. 새하얀 새벽녘이 정밀 속에 날숨을 쉬고 있었다.  지난날 일상의 애환들이 찰나에 사라졌다. 코로나 사태 속 올 한 해는 격랑의 연속이었다. 정월에 노파심으로 쓴 글을 이 기호포럼에 실은 바 있는데, 그 칼럼 속 경자년 흰쥐의 역할은 그 당시 바람만큼 되지는 않았다. 윤사월이 든 올해, 지난날 고교시절 국어책 서시를 장식했던 목월 ‘윤사월’의 시혼도 기대만큼 완충역을 하지 못했다.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던 눈먼 처녀의 그 꾀꼬리 울음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 가난했으나 정겨웠던 그때 그 낭만은 잠시도 오지 않았다. ‘꿈’은 이상·공상·몽매·희열 등등으로 해석된다. 우리들 평소 생활 속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예컨대 앞머리에 나온 낱말 ‘꿈결’은 이상과 희열의 합성어쯤으로 풀 수 있겠다. 우리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꿈과 뗄 수가 없다. 밤마다 꿈(夢寐)을 꿀 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힘들 때 다가올 희망의 꿈(理想)을 꾼다. 꿈이 없다면 살아갈 수 있을지 저어된다. 

지나온 현실도 돌아보면 꿈만 같다. 막걸리 한잔에 기대어 글을 쓰는 이 야밤에도 꿈인지 생시인지 야릇하기만 하다. 이쯤에서 2천400여 년 전 춘추전국시대, 호접몽의 주인공 장자와 나비를 불러본다. 나비가 돼 펄펄 나는 즐거움에 빠져 자신이 사람임을 잊었던 장자는 문득 깨고 나서 놀랐다.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가’ 헛갈렸다. 실제 사람과 나비는 다르건만 이처럼 만물의 변화는 한량없다. 사람의 영혼이 어디론가 무엇이 돼 윤회한다고 할 때, 이 지구촌에 살아가던 한 몸뚱이로 죽고 나서 돌아보면 전생의 그 현실이 꿈같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대체 어디까지가 꿈이며 현실일까. 차라리 "꿈은 현실이요, 현실은 곧 꿈이다"라고 하더라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꿈이든 현실이든 늘 그 자체가 자기라고 생각하고, 언제든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힘써야지 않을까 싶다. 나 자신을 돌아본다. 올 한 해도 가족이나 주변인들한테 상처를 준 일들만이 클로즈업된다. 내 가슴이 마냥 아프니 해가 가기 전에 풀어야겠다. 시방 지구촌은 빙하가 녹아내리고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대혼돈에 처해 있다. 게다가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선거 사태는 격동의 회오리에 휩싸인 상태다. 지난 11월 3일 미국의 부정선거 논란은 우리나라의 4·15 부정선거 논란처럼 전개되는 모습이다. 

요즈음 주류언론 매체들이 오보로 대중의 인지조작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으나, 현명한 유튜버들은 쉬이 속지 않는다. "꿈은 언젠가는 다다를 목표로서/그리에로 가는 길목에 있을 때/화려하여라!∥ 꿈은 역시 꿈속에서 꿈으로만 간직될 때/가장 빛 고운 것/깨고 나면/한낱 박제된 사연에 불과하고/현실은 다시 꿈일지도 모르는/이 풍진 세상∥ 夢·幻·泡·影/몽·환·포·영, 그리워라!" 내 자유시 ‘꿈의 속성’의 일부분이다. 몽·환·포·영을 그리워함은 역설적 함성이다. 이즈음 검찰총장 징계나 여당의 일방적 공수처법 처리 사건은 서민들 마음을 식상케 한다.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급여를 챙기는 위정자들의 전횡에 말문이 막혀 울화병이 도질 지경이다. 여야가 따로 없다. 중소상인이나 자영업자가 죽어가고 있다. 코로나로 죽는 이보다도 생활고에 자살하는 이가 더 많다는 말이 시중에 떠돈다. 정부는 K방역을 자찬하기보다 백신이나 치료제를 한시바삐 만들도록 지원해야 한다. 영국은 타국 약품으로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지금은 은둔형 경제(shun-in economy)시대, 원격·재택근무, 배달업, 화상·온라인 교육이 일상화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극복과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병진묘책을 짜내야 한다. 닥쳐올 혹한과 경제적 난관에 대비, 서민들은 허리띠를 동여매야 한다. 꿈과 현실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세밑이다. 동지섣달, 모두 길몽을 꾸기 바라며 한 수 올린다.

# 몽중몽 

 팍팍한 이 현실이

 차라리 꿈이라면

 더 나은 삶을 좇아

 꿈이라도 꾸렸더니

 깨 보니

 이 또한 꿈길

 가도 가도 꿈나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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