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
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

어수선한 코로나 세상이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면이 조심스럽다. ‘거리는 멀리 더 멀리 마음은 가까이 더 가까이’라고 쓴 현수막이 보인다. 문구와는 달리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이 예전 같지를 않아 경직이 오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많아진다. 당연했던 장례식장과 결혼식장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지면서 위로하고 축하해 줄 자리에 참석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피를 잡을 수 없다. 1 나노미터 크기가 10억분의 1미터다.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이라고 부연 설명을 한다. 작아도 너무 작아 가늠이 어려운 100나노미터인 바이러스의 침공에 휘청해 사회활동이 엄청난 제약을 받는 사태를 살고 있다.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의 습격에 만물의 영장은 무력감을 느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새기지 않더라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나 의무, 권리에 참여를 하면서 살았다. 단절이 세운 벽은 견고해져 가고 오래도록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면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 누구는 환경파괴가 불러온 자업자득이라 하고 누구는 종말론처럼 휴거 이야기를 꺼내고 누구는 자연계의 개체 조절이라는 말까지 해서 심란하게 만든다. 수긍이 되는 것도 있지만 무책임한 말들은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비언이라 재미도 감동도 없는 극을 강제로 보게 하는 것 같아서 착잡하다. 

감염 확산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 사회적 거리두기인지라 강제든 권고든 자발적이든 받아들이고 있다. 재난이 닥치면 약한 하부부터 피해를 입는다. 가정폭력과 어린이 학대 등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안전하지 못한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고, 자영업자의 몰락으로 경제가 힘들어지면서 사는 것이 팍팍해지고 있다.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현관문을 마주한 이웃은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 둘과 부부가 살고 있는데 부쩍 부부싸움이 잦다고 한다. 아이 엄마는 독박 육아 스트레스를 두 아이를 잡는 것으로 풀어 아동학대로 신고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면서 때리는 소리, 야단치는 소리, 물건 던지는 소리가 동시다발로 나고 이어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벌렁거린다고 했다. 

옆집 아이와 마주치면 아이 얼굴에 멍이나 상처가 있는지 살펴보게 돼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독박육아로 지친 젊은 엄마는 활동공간이 집 안뿐인데 경제적인 위기까지 겹치다 보니 남편을 닮은 아이가 밉다고 했다 한다. 아이엄마는 스스로 감당이 안 된다고 눈물을 보여 안쓰러운 마음에 아이와 아이 엄마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만들어 위로의 쪽지 편지를 써서 현관문에 걸어두었다고 했다. 

난데없이 들이닥친 코로나 바이러스가 차압딱지를 붙여놓고 우리의 일상을 옥죄면서 마음에 여유가 없을 정도로 몰아붙여 온 세상이 지쳐간다. 좌표 없는 지도책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상대하기가 만만하지 않다. 힘들어진 사람들은 민낯을 내보인다. 욕구를 누르고 불편을 참고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는 것이 한계치에 다다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많이 힘들다. 그렇지만 치명적으로 더 퍼져나가지 못하게 막아보자는 마음들이 힘을 모우는 중이다. 사람이 가진 회복력은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자는 전문가의 처방이 눈길을 잡아끈다. 그래왔듯이 우리는 물때를 아는 지혜로 그물을 칠 시점을 찾아낼 것이란 확신이 있다. 서로 간에 마음 나누기를 하면서 리얼 코로나 시대를 건너고 있다. 물살 센 곳에 놓인 징검돌 앞에서는 발 딛기가 두려워 주저가 되지만 재앙을 이겨낸 유전자가 있다. 코로나를 걷어차 퇴치하고 나면 코로나와 맞선 각양각색의 흉터를 마그넷 기념품처럼 붙여놓고 무용담으로 밤새울 날을 기대한다. 

무용담의 전사인 우리는 관계맺음, 위기대처 능력 체험을 함께한 익스트림 체험 인증서 취득 동호인으로 단단하게 살아갈 것이다. 고대로마 사람들이 안부를 묻는 편지의 첫머리에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라고 쓴 문구처럼 우리는 한계 체험에 잘 맞서고 있다. 당신도 나도 우리 모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