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취약계층에 힘이 되도록 정부가 직접 긴급 일자리 100만 개 이상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새해 시작과 함께 조기 집행하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어려움을 더 많이 겪는 국민을 지키는 역할을 모든 일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면서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 약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고통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옳은 말이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5월 조사기준)’에 따르면 코로나로 임금이 줄거나 일자리를 잃은 국민이 절반(4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실직이 14%, 무급휴가가 9%, 임금 감소가 26.7%였다. 일자리를 잃거나 비경제활동 인구로 넘어간 계층은 여성과 20대 이하, 그중에서도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많았다. 1분기 가처분소득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도 상용직은 +3.7%인데 반해 임시·일용직은 -3.4%를 기록했다. 매번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취약계층 피해가 더 컸는데, 이번에도 이런 양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구조적인 이유가 크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과 20대 이하, 임시직 근로자는 빈곤 위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당 근로시간에 차이가 있고, 시간당 임금 격차도 뚜렷하다. 정부 일자리 혜택이 큰 노인계층도 이것만큼은 예외가 아니다. 내년도 노인 일자리 직접지원 대상이 78만4천 개에 육박하지만, 장기간 노동을 하더라도 빈곤의 덫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질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 일자리 사업이 다 이런 식이다. 빈곤 탈출의 해법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재정승수도 크지 않고, 정책효과도 없는 낭비성 사업이 많다. 

 고용 정책은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민이 생계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 장기적으로 삶의 질을 높여가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잘못된 정책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취약 계층의 고통이 더 큰 건 위기 자체보다 제도와 구조에 더 많은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을 극복할 해결책도 혈세와 빚에 의존한 질 낮은 임시 일자리가 아니라 시장에서 만들어내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뿐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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