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 은행나무 / 1만4천 원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니클 캠퍼스에서 의문의 비밀 묘지가 발견된다. 두개골에 금이 가고 갈비뼈에 산탄이 박힌 수상쩍은 유해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고, 전국의 언론들이 이 사건을 주목하면서 니클 출신의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뉴욕에 사는 ‘엘우드 커티스’는 일련의 흐름을 지켜보며 드디어 진실을 밝힐 때가 왔음을 깨닫는다. 과거의 자신과 친구가 겪은 엄청난 일을 세상에 알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2020 퓰리처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니클의 소년들」은 주인공 엘우드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니클 감화원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서술한다. 인종차별정책이 시행됐던 1960년대와 지금의 2010년대가 교차하는 시점 전환은 과거와 현재를 선명히 대비시키며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혹은 외면해 왔던 진실을 드러낸다. 버스 보이콧 운동,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 등 흑인 인권 운동의 중요한 기점과 감화원에서의 은밀한 폭력의 증거를 담은 소설은 한 편의 연대기이자 가치 있는 역사 고증물로도 읽힌다. 

작가는 엘우드의 어린 시절을 통해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의 현장을 보여 준다. 엘우드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마틴 루서 킹의 음반을 닳도록 들으면서 언젠가는 할머니 해리엇이 일하는 리치먼드 호텔에 유색인종 손님이 당당히 현관으로 들어오길 꿈꾼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은 엘우드를 니클 감화원으로 보내 버린다. 대학교 입학을 목표로 하던 엘우드의 수준에 한참 떨어지는 수업과 비위생적인 시설은 엘우드를 끊임없이 좌절시킨다. 

작가는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곳곳에 인용한 마틴 루서 킹의 연설문은 엘우드에게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희망과 용기를 부여한다.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아도 언젠가는 발전하리란 믿음은 때론 바보처럼 느껴지지만, 그 올곧음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삶의 의지를 준다. 엘우드가 니클에서 만난 친구 터너는 그런 엘우드의 사고방식을 이상적이라며 거부하면서도 그의 의지에 점차 감화된다. 그리고 이야기가 마지막 순간에 다다를 때, 엘우드의 이상은 터너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비록 과거는 얼룩지고 현재가 암울해 보이더라도 미래는 진보할 것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우리로 하여금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을 줄 것이다.  

코로나-19를 감각하는 사유들
문화현장에서 일하는 72인 / 인천문화재단

코로나 상황에서 문화 현장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을 담은 단행본이 출간됐다. 코로나와 관련한 책들이 쏟아지고는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 현장의 목소리를 이렇게 다양하고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책 「코로나-19를 감각하는 사유들」은 모두 6부로 구성돼 있다. 코로나가 어떻게 우리의 문화를 바꾸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실제 다양한 문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또한 각 지역의 문화계에 코로나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부산·대구·광주·제주 등을 망라해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의 시선은 중국이나 일본·미국·프랑스·이탈리아·영국·스페인 등 코로나를 함께 겪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들의 문화계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또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를 소개하는 데까지 이른다. 모두 72인이 필자로 참여한 이 책은 코로나 시대에 대한 충실한 문화적 기록이자 코로나 시대 문화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책은 비매품으로 한정 제작됐으며,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www.ifac.or.kr)를 방문하면 누구나 PDF파일을 자유롭게 내려받아 읽을 수 있다. 

사냥꾼, 목동, 비평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 열린책들 / 2만 원

디지털화와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일견 우리는 유토피아로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생업 노동에서 해방된, 자유롭고 충만한 삶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미래의 사냥꾼, 목동, 비평가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그러나 유토피아의 가능성만큼이나 디지털 거대 기업의 독점, 부의 양극화, 인간이 기계에 종속당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디스토피아의 가능성도 커졌다.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이자 개성 넘치는 지성인으로 평가받는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신간 「사냥꾼, 목동, 비평가」에서는 이 지점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 고민하고, 진로를 올바로 설정해야만 기술이 아닌 인간 중심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일단 디지털화부터 하고 생각은 나중에 하자’는 태도로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숙명론에서 벗어나 의지와 실행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낙관주의에 기초한다. 기본소득, 자율주행차, 디지털 헌장 등 최근 몇 년 동안 뉴스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이슈를 중심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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