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법원 청사를 나와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17일 열린 이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 행위로 잘못된 판결이 나왔다"며 윤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경찰 자백 진술은 불법 체포 및 감금 상태에서 가혹행위로 얻어져 증거능력이 없다"며 "피고인의 자백 내용 역시 다른 증거들과 모순되고 객관적 합리성이 없어 신빙성이 없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반면 이춘재의 자백 진술은 내용이 구체적이며, 현장이나 피해자 시신의 상태 등 객관적인 증거들과도 부합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경찰 및 검찰 검증조서 및 참고인들에게 대한 경찰 진술조서도 다른 증거들과 모순돼 믿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거나 증명할 증거가 없는 등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어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를 비롯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결국 잘못된 판결이 선고됐고, 이로 인해 20년 동안 옥고를 치른 피고인에게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사과를 드린다"며 "오늘의 판결이 피고인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피고인의 명예 회복에 보탬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윤 씨는 "앞으로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직후 경찰도 윤 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경찰청은 입장문을 통해 "뒤늦게나마 재수사로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검거하고 청구인의 결백을 입증했지만,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20년간의 옥살이를 겪게 해 큰 상처를 드린 점을 깊이 반성하며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개인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 보호’는 준엄한 헌법적 명령으로 경찰관의 당연한 책무"라며 "경찰은 이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는 없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씨 측은 판결 내용을 토대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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