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지난 15일 인천대공원·월미공원을 선제적으로 폐쇄했다. 코로나19 때문은 아니지만 선제 폐쇄한 곳이 또 있다. 인천시청 정문이다. 지난달 2일 인천참언론시민연합이 정문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하자 출입을 금지한 것. 인천참언론은 50일째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 민간위탁을 철회하고 시가 직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참언론의 논리는 이렇다. 17개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인천시만 센터를 민간위탁하고 있다. 가장 선도적인 서울시도 2013년 잠시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했다 2015년 이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인천참언론은 "문제점들이 2년간 엄청나게 드러났음에도 인천시는 밀어주지 못해 안달"이라며 "사업비는 반 토막 났는데 운영 인력은 그대로고 인건비도 공무원 급여 인상률의 몇 배를 올려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남규 서구의원은 현재 센터를 민간위탁하는 A시민단체의 비리를 행정사무감사에서 밝혔다. A단체는 서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도 운영하는데 업무추진비를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쓰고 특정인에게 강의 수당을 챙겨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인천참언론은 시민사회 원로들이 노숙하는데 박남춘 시장이 면담은커녕 전화 한 통도 없다며 속상해하고 있다. 최근 새벽시간 구월동 기온은 영하 10도 안팎이다. 인천참언론 구성원 중 70대 노인이 2명이라고 한다. 박 시장은 이들과 만나서 대화하기 싫어서인지 정문이 아닌 측문으로 다닌다.

박 시장의 자서전에는 1991년 해운항만청 근무 시절 교통부,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부 등을 직접 찾아 다니며 공무원들을 만났던 일화가 나온다. 하도 찾아가서 만나달라고 하니 모 부처 고참 공무원이 "당신은 공무원이야, 업자야? 왜 매일 찾아와서 이러나"라며 핀잔을 줬다고 한다. 박 시장은 핀잔이든 뭐든 개의치 않았다며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해관계가 조금씩 다른 부처들이 움직일 리 없었다고 회상했다.

박 시장은 해운항만청 직원일 때보다 시장이 되고 나서 열정이 많이 식었나 보다. 70이 넘은 노인들이 방법이 없어 시청 앞에서 두 달 가까이 노숙농성을 하며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을 피하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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