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국가별 가정용 전기요금’ 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정용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평균보다 낮았다고 한다. 역대 정부가 에너지 정책에 대해 장기적 안목을 갖고 일관되게 발전시켜 온 결과일 것이다. 그 중심에는 60년간 쌓아 올린 원자력발전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임에도 낮은 전기료를 유지하며 국민들이 민생고를 덜 수 있었고, 기업들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며 수출 전선을 확대할 수 있었다.

이렇듯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하는 좋은 정책은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재정건전성 유지, 한미동맹 강화, FTA와 자유무역 확대’ 정책이 그런 예다. 안타깝게도 에너지 정책은 이제 예외가 될 것 같다. 내년도 전기요금 개편안을 보면 ‘국제유가 변동분이 반영되는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기후·환경 비용이 추가되는 탄소중립형 전기요금’ 등 듣도 보도 못한 요금체계가 도입될 예정이다.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해 상·하한 제한을 둔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앞으로(특히 다음 정권부터 본격적으로) 전기료는 인상될 게 확실하다. 

예상했던 바다. 원가가 낮은 원전을 줄이고, 원가가 높은 LNG·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려면 전기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사실은 외면한 채 다른 나라에 비해 전기료가 저렴하다는 것을 인상의 당위성으로 주장한다. 그러면 유류세와 법인세, 부가세는 왜 낮추지 않는지 궁금하다. 좋은 정책은 계승 발전시키고, 안 좋은 정책은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에너지 정책이 전자라면 부동산 정책이 후자에 속한다. 

사실 역대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계승 발전시킬 만한 게 거의 없다. 상황에 따라 ‘투기억제 또는 경기부양’ 정책을 왔다 갔다 하는 임기응변적 대응이 대부분이었다. 원칙과 일관성 없이 정치적 의도로 시장을 좌지우지한 것이다. 현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강남 재건축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시작된 규제가 풍선효과로 부작용이 거듭되는데도 계속 규제로만 대응했으니 사달이 날 수밖에 없다. 급기야 전국 방방곳곳을 규제지역으로 묶어놓고, 역대 최악의 전월세대란까지 만들었다. 그 후과를 국민들이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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