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식량주권. 그 중심에 토종씨앗이 있다. 이 토종씨앗을 지키고 보급하는 일에 귀촌한 전문직 여성들이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가평토종씨앗보급소>(이하 보급소)의 주부들이 그 주인공이다.  

경기도 농식품유통진흥원이 공모한 2020 귀농귀촌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 사업에 ‘마을주민들과 귀농·귀촌인이 함께하는 선주민 토종씨앗 대(代) 잇기’ 사업으로 선정된 보급소는 30일간 가평군 곳곳의 토종농부 13명을 찾아가 토종씨앗을 채집하고, 토종농법과 요리법 그리고 토종씨앗과 함께한 삶의 이야기를 채록해 그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이를 위해 채록방법, 가평군 농촌 마을에 대한 이해 그리고 토종씨앗 수집에 대한 사전교육도 받았다. 특히 전국적인 토종씨앗 보급 시민단체인 <토종씨드림>의 변현단 대표가 강의와 함께 직접 현장답사도 참여해 이번 활동의 전문성을 높여주었다.  

이번에 답사를 한 토종농부들의 평균 연령은 82세. 대부분 이제 토종농사를 그만 두려고 하는 고령농들이었다. 

보급소의 채선미 대표는 이번 조사를 통해 "이미 농사를 포기한 분들이 많았고 그만큼 씨앗이 사라져서 안타까웠다. 짧은 조사 기간이었지만 올해 늦게나마 시작한 것이 다행이었다. 토종씨앗 보전을 위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번 답사에서 각종 콩, 들깨, 아욱, 파 등의 토종씨앗을 채집하고 그 요리법 등을 채록하는 등의 성과를 거둔 보급소 회원들은 토종씨앗과 그 요리법 보급을 통해 가평군 토종씨앗 대(代) 잇기의 기초를 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에서 편집디자이너로 활동하다 귀촌한 채선미 대표 외에 화가, 기획홍보, 상담코칭 등의 전문성을 갖춘 귀촌주부들이 이번 작업을 책으로 펴내는 데 힘을 합쳤다고 한다. 이 점은 농업, 농촌과 무관하게 살아온 귀촌인들이 그 전문성을 살려 농업,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사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경기도 농식품유통진흥원의 사업 취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부는 굶어죽으면서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거 농사는 다 씨앗을 받는 농사였다. 그렇지만 이제 대부분의 씨앗을 외국 다국적기업이 독점하게 된 시대다. 기상이변이 식량위기로 이어지는 시대다. 공장식 농업과 과도한 육식으로 먹거리의 안전성은 물론 생태계의 위기까지 초래하고 그래서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다. 우리가 토종씨앗과 토종농법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고, <가평토종씨앗보급소>의 활동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평=엄건섭 기자 gsuim@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