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걸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남동걸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인천시청 홈페이지에는 ‘인천 인물란’이 있다. 이곳에는 총 409명의 인천 인물이 등재돼 있는데 이들 중 전근대 인물과 근현대 인물 구성비는 거의 반반 정도이다. 더구나 대외 인지도 면에서는 백범 김구, 내각 수반 장면, 진보 정치인 조봉암, 점자를 창안한 박두성 등이 포진한 근현대 인물의 면면이 더 화려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는 불과 100여 년 정도의 역사가 2,000년에 가까운 역사와 대등하게 보이거나, 오히려 질적으로는 더 나은 것으로 인식된다는 의미이기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간의 인천은 개항 이후인 근현대 시기와 관련한 연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할 수 있다. 개항장 인천이라는 이미지 제고를 위해 연구가 필요하기도 했거니와 쏟아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이 시기의 자료들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었다. 이런 바탕 아래 개항 이후 시기의 연구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거기에 비해 전근대 시기는 자료를 찾기도 어렵거니와 찾았다고 하더라도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구가 적었으며, 이 때문에 이른바 인물난(人物難)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전근대 시기의 연구에 좀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인천의 전근대 인물난을 메워줄 그런 인물이 있다. 바로 실학적 경세인으로 이름난 이형상과 성호학파의 좌장이었던 윤동규이다.

이형상(李衡祥, 1653-1733)은 문집 「병와집(甁窩集)」을 비롯해 「악학편고(樂學便考)」, 「악학습령(樂學拾零)」, 「강도지(江都志)」 등 총 142종 326책의 방대한 저술을 남긴 인물로 일찍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관직의 대부분을 외직에서 수행했는데, 부임지마다 공덕비가 세워지는 등 선정을 베푼 목민관으로서도 이름이 난 인물이다. 

특히 제주목사와 경주부윤 재직 시절 베푼 선정으로 경주와 제주에서 이형상을 그 지역의 인물로 선정해 추앙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인천의 죽수리(竹藪里) 소암촌(疏巖村) 출신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비록 여러 사정상 외지에서의 생활이 많았으나 자신이 인천 출신임을 조금도 잊은 적이 없었던 인물이다. 그의 문집과 언행록 곳곳에 실린 인천 사랑이 묻어나는 작품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게다가 그는 사망하기 전 마지막 5년을 고향 인천에서 거주하며 창작한 「소성록(邵城錄)」과 「소성속록(邵城續錄」은 18세기 인천 모습을 시와 산문으로 표현하고 있어 실학적 경세인인 그의 본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인천학의 자료이다. 하지만 인천인으로서의 이형상 연구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소남(邵南) 윤동규(尹東奎, 1695-1773)는 이병휴(李秉休), 안정복(安鼎福)과 더불어 성호 이익의 3대 제자 중 한 명으로 「성호사설(星湖僿說)」, 「이자수어(李子粹語)」 등 스승 이익의 중요 저술을 함께 편찬했다. 그는 스승 이익이 죽은 후에 문하의 연장자로 성호학파를 이끈 실학의 거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윤동규는 원래 서울 출신이었으나 성호 이익의 학문을 좇아 17세에 스승의 거처 주변인 인천의 도남촌으로 거처를 옮긴 인물이다. 

비록 인천 출생은 아니지만 이른 나이에 인천으로 거주지를 옮긴 이후 만년에 고향 용산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일생을 인천에서 생활한 인물로 그의 인천 사랑은 ‘소성 도남촌’이라는 의미의 ‘소남(邵南)’이라는 그의 호를 보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윤동규의 연구는 현재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런 관계로 시청 홈페이지의 인물란에는 물론이거니와 그의 출생지인 남동구청 홈페이지의 인물란에도 올라가 있지 않은 실정이다. 실학의 태두이자 거목인 성호 이익의 수제자로서의 자리매김을 위한 연구가 절실한 인물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남동문화원에서 2023년까지 「소남문집」 등 그가 남긴 1천300여 점의 서책과 유물 번역 및 해제 작업 등 윤동규 선양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병와 이형상과 소남 윤동규는 인천학의 외연을 넓히고 더욱 풍성하게 해줄 인물이다. 두 분이 진정한 인천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활발한 연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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