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사)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사)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북한은 매년 연초에 나름대로 국가설계를 하면서 지나온 한 해에 대한 총체적 평가와 새롭게 맞이하는 2021년에 대한 청사진(靑寫眞)을 제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김정일 생전에 매년 1월 1일을 기해 발표했던 당·군·청년보 공동사설이었으며, 김정은이 집권하면서부터는 육성으로 내보내는 신년사이다.

우선 대내 정치적인 측면에서 변화상을 진단해 본다면, 집권 10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 북한은 내년에도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1인 지배체제를 더욱 공고하게 다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역점을 둬 추진할 정책 대안은 1월로 예정된 제8차 당대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즉 북한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력이 해제되거나 약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닥쳤던 홍수와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수해(水害) 복구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인식하면서 ‘코로나-19사태’의 장기화 추세를 반영해 이 대회에서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 기본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정면 돌파전을 대신하기 위한 전술적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은 답답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 일말의 불안과 초조한 감(感)을 감추지 못하면서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국제적 대북제재와 자폐적 ‘코로나 봉쇄상황’에 직면해 그들 스스로 "혹독한 격란, 전대미문의 고난"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로 총체적 난국(難局)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내년 한 해는 더더욱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총체적 상황하에서 김정은은 직접적으로 발로 뛰는 군대를 포함한 주요 경제단위 등에의 현지 지도보다는 당 중앙위 전원회의나 정치국 회의 등을 직접 주재함으로써 ‘정상국가의 지도자임’을 과시하면서 자신의 친위세력들에 대한 개편도 단행하고 있으며, 이런 움직임은 내년에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대외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출범에 즈음해 연초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유관국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을 예견하는 가운데 매우 신중한 대외정책 조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행정부 당시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현실을 반영해 보다 치밀한 대미정책 수립과 함께 중국, 러시아와 관계도 부분적으로 조정할 것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즉 북한으로서는 트럼프와 협상 과정에서 원용한 ‘톱-다운(Top-Down)방식’ 보다는 ‘바텀 업(Bottom-Up) 방식’을 선호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바짝 긴장하면서 해외 공관에도 "미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지시한 점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다음으로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속단(速斷)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12월 20일 내각 총리 김덕훈이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사업 현장을 시찰한 것으로 미뤄볼 때, 우리보다는 중국 등 제3국을 대상으로 해 자체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10월 김정은이 이 지구를 직접 시찰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한 점과 연관시켜 볼 때 우리 측을 배제한 채 독자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예견케 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즉 별다른 상황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가운데 남북관계도 조정해 나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기에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남북관계는 소강상태를 벗어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년의 북한은 다른 어떤 해보다도 혹독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관건(關鍵)은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요구이자 추세인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하며,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위한 결단(決斷)을 내리는 데 있기 때문에 북한당국의 보다 현명하고도 현실적인 입장과 자세를 내보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