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이다. 예년보다 날씨가 추운 만큼 마음도 더 얼어붙진 않을까 걱정이다. 나눔의 손길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적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훈훈하게 달궈주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반 주민분들부터 자생단체와 기업에 각종 협의회까지 성금과 각종 물품을 기부하신다. 쌀과 라면, 두툼한 이불, 코로나19 시대 필수품인 마스크에 이웃 사랑이 담겨 있다. 사랑과 나눔의 참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분들이다.
이분들 중엔 10년을 가뿐히 넘기며 쉼 없이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분도 계신다. ‘사랑의 빨간 밥차’를 운영하는 (사)사랑의 쌀나눔운동본부중앙회 이사장 이선구 목사님은 노숙자와 홀몸어르신 등 부양가족만 무려 5천500여 명에 이른다. 내가 아는 분들 중에선 아마도 어깨가 제일 무거운 가장일 거다. 운영 규모도 남다르다. 국내에서 서울역과 인천을 중심으로 5t 특장차인 대형 밥차 4대를 운행하면서 식사와 생필품을 제공한다. 인원이 워낙 많다 보니 매달 들어가는 운영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목사님은 2007년 창립 이후 14년째 묵묵히 그 모든 걸 감내하고 있다. 1만여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와 작은 도움이라도 보태고 싶다며 함께 나서는 식품업체가 든든한 지원군이다. 간혹 온정이 넘치는 곳에선 운영비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기도 하는데 인천 서구가 바로 그런 곳이다. 밥차 현장에서 봉사를 마친 후 목사님에게 애로사항을 듣고 도울 길을 찾던 중 다행히 맘씨 좋은 관내 식품업체들이 나서줬기에 가능했다. 덕분에 설날과 추석엔 풍성한 떡만둣국과 송편도 대접하고 붕어빵과 호떡, 케이크 등 달달한 디저트도 챙겨드릴 수 있게 됐다.
목사님 표현에 따르면 서구는 밥차가 운영된 지 4년밖에 안 된 막내인데도 운영후원회는 1등으로 만드는 등 행보만큼은 형님급이다. 코로나19로 집단급식이 중단되고 급식봉투로 대체된 상황에서 서구는 도시락과 반찬에 빵, 음료수까지 넉넉해 급식봉투가 양손 가득 채워진다. 모두의 사랑이 모였기에 가능한 나눔이다. 1985년 명동성당 앞에서 심장병 아동 돕기 거리공연을 시작으로 30여 년 넘게 나눔 활동을 펼치는 듀엣 수와진 멤버이자 (사)수와진의 사랑더하기 안상수 이사장님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웃사랑 실천가다. ‘파초’, ‘영원히 내게’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음에도 가수보다는 선행의 아이콘으로 더 유명할 만큼 이웃사랑이 차고 넘친다.
코로나19로 힘든 올해에도 우리 서구에 마스크와 쌀 등을 넉넉히 후원했다. 매년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서구는 물론이고 인천 내 불우이웃을 직접 찾아가 생필품을 전달하는 행사를 연다. 방문 가정만 해도 4천여 가정에 이른다. 선물 전달을 위해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과 전국택시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는 물론이고 오토바이 동호회까지 동참해 인천 전역을 빨간 산타로 물들인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물품을 택배로 전하게 돼 그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없지만 한 가정당 이불, 김, 참치캔, 수제 초코파이 등 넉넉한 생필품에 KF94 마스크 100장까지 선물 박스만큼은 묵직하다.
서구 역시 올해 ‘서로도움’이란 새로운 나눔 채널을 탄생시켰다. 지역화폐 서로e음을 사용하면서 모은 캐시백을 보다 뜻깊게 사용하고 싶다는 구민분들의 의견에 따라 서로e음 플랫폼에 사례별 기부 기능을 결합시켰다. 소액기부를 쉽게 실천할 수 있어서 반응도 뜨겁다. 불과 6일 만에 목표액 100%를 달성한 첫 사례가 나온 데 이어, 처음 게시한 사연 3건 모두 13일 만에 성공적으로 모금을 마무리했다. 이후 사연들도 날이 갈수록 기부 온도가 올라가는 중이다. 구민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어느새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다. 올 한 해를 통틀어 리셋해서 코로나19 없는 정상적인 2020년을 보내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혼란이 있었지만 소외된 이웃을 향한 온정만큼은 끊이지 않았다. 내년에도 명사가 아닌 동사인 사랑과 나눔,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닌 가슴으로 내려와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진짜 사랑과 나눔이 가득한 날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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