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현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윤인현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지금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인공지능(AI) · 사물인터넷(IoT) · 빅테이터(Big Data) ·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등을 거쳐 자기 스스로 학습한다는 딥러닝(Deep Learning)에 이르기까지 첨단 과학기술은 우리 일상의 삶에 커다란 파장과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어느 한 분야의 고수(高手)가 인공지능에게 제대로 실력도 발휘하지 못한 채 패배하는 장면은 첨단 과학기술이 추동하는 변화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연결성 · 파괴적 혁신 · 자동화로 특징지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융합적 사고와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은 필수적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섬세한 감성을 요구한다. 미국 오리건주의 한 은행에서는 고객들이 필요한 업무만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은행 로비를 카페식으로 꾸며 놓거나 요가 스쿨을 여는 등 다양한 체험 이벤트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동식 응답 기계에 사람의 음성을 입혀 다양한 정보와 안내를 친근한 말투로 사람의 숨결을 불어 넣는다는 것이다. 

또한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동료들의 따스한 스킨십을 위한 정책으로, 복지시설 확충과 각종 기념일 챙기기 등 구성원들의 마음 챙기기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은행 실적은 올라가고 구성원들은 근무 환경에 만족도를 표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인주의 성향을 지닌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언택트(untact) 기술이 발전할 것으로 예견했다. 그 언택트 시대 산물의 하나인 인공지능 로봇 음성 비서인 ‘지니’에게 가장 많이 걸은 말은 "지니야 사랑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녕", "뭐 해", "고마워" 등의 순위라고 한다. 인공지능 시대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과 함께 휴먼터치를 공유할 대상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8대 핵심 가치인 예·효·정직·책임·존중·배려·소통·협동 등을 교육 목표로 정해, 인성과 감성을 갖춘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자 했다. 감성 경영과 인성교육법 등으로 미뤄 보면, 앞으로 전개될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성과 감성을 갖춘 인간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동양적 가치관 중 성현들의 말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는 2천500여 년 동안 전해오면서 인류 가치관의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8대 핵심 가치 중 언택트 시대에 특히 중요시할 덕목인 정직과 소통을 통해 미래 인재상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논어」 위정편 ‘예월’장에 "사람으로서 신의가 없으면, 그를 그래도 될는지 알지 못하겠노라. 큰 수레가 수레횡목이 없으면 작은 수레가 수레갈고리가 없으면, 그 무엇으로써 가겠는가?"라고 한 공자의 말씀이 있다. 

이는 사람이 신의가 없으면 마치 큰 수레에는 수레횡목이 없는 것과 같고 작은 수레에는 수레갈고리가 없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수레에 수레횡목과 수레갈고리가 없으면 수레를 끌 수 없는 것처럼, 사람에게 신의가 없다면 이 세상을 살아나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 존재 가치도 없을 것이다. 기술과 기기가 중심되는 사회일수록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더욱 정직해야 한다. 기술로 사람을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간상은 정직이 그 답일 수 있다. 

그리고 모든 판단의 기준이 기계적으로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미래 사회에 융통성 있는 삶도 중요할 것이다. 「논어」 공야장편 ‘걸혜’ 장에 "누가 미생고를 곧기만 한 사람이라 이르던가? 어떤 사람이 젓국을 빌리러 왔거늘, 그 이웃에서 빌려다가 주었다더구나"라고 한 내용이 있다. 이 말씀에 주자(朱子)의 해석은 ‘미생고가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행위’로 폄하했다. 하지만 성현(聖賢)은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기 위해 말씀하지 않는다. 

저잣거리의 소문처럼 곧기만 하고 융통성도 없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아는 것’처럼, 남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기에 평소 친분이 남다른 이웃집에 가서 젓국을 빌려다 준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할수록 기계적인 재단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사회에서 남의 어려운 사정을 배려할 줄 아는 미생고 같이, 저울추처럼 융통성이 있는 인간상이 필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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