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민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11.2%를 기록했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고, 1년 전보다 16.5% p나 올랐다. 코로나 영향이 컸다. 올해 들어 매분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빚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가계는 소비, 기업은 투자’로 돈이 흘러가지 못하며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진다. 가계부채(1천940조 원)가 특히 걱정이다. 사상 처음 단독으로 GDP(1천918조 원)를 넘어섰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171.3%)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 탓이 크다. 집값과 전세금 인상으로 주택담보·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과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 생활고와 경영난에 처한 서민·자영업 대출 수요까지 몰리면서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은은 내년에도 저금리 기조하에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며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섬뜩한 경고도 남겼다. 향후 ‘경기회복이 부진하고, 집값이 떨어지며, 금리가 오를 경우’ 대출 부실화로 파산하는 가구만 5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조치들이 시작됐다. 신규대출을 중단하거나 대출연장 시 일정 부분을 상환토록 하는 것이 그런 예다. 안타깝게도 부작용에 대한 목소리도 커져간다. 당초 정부는 전문직과 고소득자 대출만 줄인다는 입장이었는데, 시행 과정에서 대출 문턱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며, 저소득·저신용 계층을 제도권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사상 최대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집값 잡으려다 엄한 서민과 자영업자만 잡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목표를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둬야 한다. 우선 ‘부채규모 절대치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LTV, DTI, DSR 등 과다차입을 억제하는 규제는 강화·유지하는 게 맞다. 단 원리금 상환 유예, 저금리 대출상품 마련 등 경제 약자를 위한 지원도 병행해야 부작용이 최소화된다. 비교 대상인 ‘가처분소득을 올리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것은 민간 기업들의 질 좋은 일자리 창출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결국 가계부채도 투자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풀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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