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인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이대형 인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 무색무취의 인천교육

솔직한 이야기로 인천 교육은 뭐라 평가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색깔이 없었습니다. 방역과 안전이라는 중차대한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평가할 수도 있었겠지만, 다른 시도와 비교를 해보면 눈에 띄는 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다른 교육청들을 따라 가기에 급급했다’라고 평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죽하면 "서울과 경기에서 어떤 정책이 나오면 2~3일 후에 그대로 반영된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무능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과거의 인천 교육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나름의 색을 갖고 특색 있게 운영돼 왔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인천시교육청은 그 어떤 색깔도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2021학년도 교육청의 정책 방향을 보면 동북아 시대, 환경 교육 지표 등 이전과는 다른 요소들도 반영돼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인천교육을 어떻게 강화하고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무색무취 상황으로 인천 교육을 방치할 것인지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 뉴스를 보고 정책을 알게 되는 현실

올해는 특히 급격한 교육정책 변화가 많았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정책을 학교 현장에서는 언론을 통해 알 수밖에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공문으로 내용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듣고, 2~3일이 지난 후에야 학교에서는 공문을 받게 되는 일들이 아직도 반복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문이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떠한 대책도 세울 수 없는 상황에서 학부모님들의 민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인천시교육청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새해에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입니다. 학교 현장과 먼저 소통하고,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정책을 빠르게 안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관성에 얽매인 정책과 예산의 삭감

위기의 상황에서 학교 현장을 더 힘들게 한 것은 관성에 얽매인 행정이었습니다. 여전히 관성에 얽매인 정책들이 학교 현장을 힘들게 했습니다. 일례로 중학교 신입생들의 경우 코로나로 단 일주일도 교복을 제대로 입지 못한 상태에서 일선 학교는 교복 만족도 조사를 교육청에 보고하라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제기했지만 제출해야 하는 이유는 어이없게도 시의회에 보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무엇이 우선이고 중요한지 한 번이라도 생각하는 교육청이 돼야 할 것입니다.

내년도 예산은 대폭 삭감된다고 합니다. 예산을 한창 편성하고 있는 시기에 학교 현장은  각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오천만 원 정도 예산을 줄여야 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예산을 늘리는 것도 모자란 판에 예산 삭감 상황에서 필수적인 교육 활동조차도 어려운 현실이 도래할 것입니다. 한 개인의 치적을 위해 각종 무상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예산 편성 운영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에게 ‘2020년’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이 될까요? 우리에게 너무도 많은 물음표를 남긴 해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다가올 2021년에도 여전히 힘든 현실이 우리 선생님들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우리 선생님들의 헌신과 신념을 믿습니다. 저 역시 선생님들을 응원하고 함께하겠습니다. 오늘의 쓴소리가 인천교육 발전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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