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매년 연말이면 으레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는 말이 나오기 일쑤지만 지나온 2020년도 역시 그 말이 매우 잘 어울리는 한 해였다. 코로나, 공수처, 검찰개혁, 부동산 등의 주제어가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됐고, 조국과 정경심, 추미애, 윤석열, BTS 등의 인물도 뜨거운 화제의 대상이었다. 최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지가 세간에서 초미의 관심을 받았었는데, 지난 24일 그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認容)되면서 징계를 추진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도 야당은 "법원의 판단은 사실상의 문 대통령 탄핵"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더욱 옥죈다. 법원의 판단에 대해 여당에서는 ‘법원발 사법쿠데타’라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을 의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부적절하다고 본다. 여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탄핵 의결은 가능하겠지만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라는 탄핵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제발 오버하지 마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한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이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들을 탄핵해달라는 요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되고 불과 며칠 사이에 수십만 명의 국민들이 이에 동의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여기저기서 ‘탄핵’요구가 쏟아져 나오니 좀 정신이 없다. 여야 정치인들과 일부 국민들이 너무 감정적 대응을 앞세우는 것 같다. 

생각건대, 개혁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가 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의 본래 의도마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최근 어느 현직 부장판사가 여권의 ‘사법개혁’ 주장을 ‘겁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검사가 말 안 들으면 검찰개혁, 판사가 말 안 들으면 사법개혁, 그 개혁을 겁박으로 읽습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하는데, 이 또한 ‘오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판사에 대한 일부 비판이 있다고 해서 이를 기화로 ‘사법개혁’의 본래 취지와 진의마저 배격하고 여론을 오도(誤導)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어느 유력 일간신문사가 ‘검찰개혁’을 주장한 논설위원에게 논설위원 배제 인사통보를 했는데(그 논설위원은 사표를 냈다) 이 또한 ‘오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검찰개혁 주장의 칼럼들이 해당 언론사의 기존 논조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이유로 논설위원 배제 인사발령을 낸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사례는 또 있다. 여당이 ‘1가구 1주택 보유’를 법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논란이 크다. "대놓고 사회주의, 사유재산 침해"라는 등의 비판을 강하게 받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주거정책의 기본원칙에 ‘1가구 1주택 보유·거주’ 원칙을 명시하는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취지는 이해가 되면서도) 강제 규정도 없고 실효성도 의문시되는 이런 사항을 법에 규정하는 것은 괜한 논란과 비판을 자초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오버’라는 생각이 든다.

또, 최근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날리는 이른바 몇몇 진보(?)논객들의 주장과 글에도 ‘오버’하는 표현과 내용들이 포함된 경우가 있다.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과도하게 격하고 거칠며 편향적 언사를 사용하는 것은 때로 국민들의 심사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참작했으면 좋겠다.

사회지도층과 국민들 모두 제발 ‘오버’하지 말고 차분하게 연말을 보냈으면 좋겠다. 각자의 자리에서 금년 한 해를 조용히 뒤돌아보고 밝은 새해를 설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나저나 내년에는 제발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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