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프릿 바라라 / 흐름출판 / 1만8천 원

미국인이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검사 프릿 바라라의 실천적 정의론이 담긴 책이 나왔다.

 책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의 저자 프릿 바라라는 월가의 내부자 거래를 파헤쳐 헤지펀드계의 거물 등 71명을 기소해 67명의 유죄를 받아낸 공로로 2012년 ‘타임’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린 유명 검사다. 또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은밀한 정치적 협력 제안을 검사의 중립성을 이유로 피하다 해임된 일로 또 한 번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의가 지닌 복잡다단함을 인정한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들이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고 그 과정을 책임진 자들의 태도가 공정하다고 여길 때, 그 결과도 정당하다고 믿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흔히들 정의는 그 과정이 눈에 보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많은 사람은 공정한 절차를 보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라라는 많은 사회가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것이 늘 법의 실패나 사법 절차의 실패에서 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법체계는 편협함, 그릇된 선입견, 편파적 태도, 사익으로 정의에 접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곧잘 훼손된다. 이들은 사법체계를 진실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여기기보다 남들을 짓누르고 뭔가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책은 그가 수많은 사건들을 파헤치며 겪었던 검사로서의 딜레마와 인간적 고뇌, 법 시스템의 한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지닌 편향적 사고 등을 살펴보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바로 서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나아가 프릿 바라라가 제시하는 정의에 대한 접근법은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를 법정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성숙하고 분별력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 직장, 가정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도 일러 주는 기준이 될 만한 것이다. 

 이 책은 단지 법만 다루지 않는다. 진정성과 리더십, 의사결정 그리고 도덕적 논거를 다룬다. 이 모두가 정의의 의미와 본질에서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는 중요한 기본적인 물음으로 돌아가 정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화의 품격
이서정 / 위북 / 1만5천 원

SNS의 발달로 소통 수단은 늘었지만 소통의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소통이란 말이나 글 또는 비언어적 수단 등으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서로 주고받는 것인데, SNS의 특성상 자칫 일방적인 감정 표현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의 표현 방식과 태도이다. 상대를 배려하면서 나 자신의 품격을 살리는 대화법은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말 한마디만 바꿔도 대화의 분위기 전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책 「이기는 대화법」으로 50만 독자들의 소통에 도움을 준 이서정 작가는 이번 책에서 대화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 더욱 중요한 대화법을 소개하고 있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동료에게도 카카오톡으로 업무에 관한 메시지를 보내는 젊은 세대에게는 대화법을 장황하게 설명하기 힘들다.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는 108가지의 대화법을 담았다. 이 책은 장기간 비대면 시대에 대화의 감각을 잃은 사람이나 SNS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 세대 간 소통의 장벽을 실감하는 사람, 처음 만나는 상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
조윤제 / 청림출판 / 1만6천 원

누구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순간이 찾아온다. 귀양살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정약용 또한 그러했다. 그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추락했고, 세상 모두가 자신에게 등을 돌렸음을 절감했다.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유폐되면서 학문은 더욱 깊어졌지만, 그것을 알릴 기회도 끊겼고 전해줄 제자도 구하지 못했다. 자신의 묘지명마저 스스로 써야 할 처지가 됐을 정도로 그는 완전하게 삶의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정약용은 실망하지 않았다. 후회와 미련으로 가득한 삶을 부정하지 않고 기꺼이 끌어안았고, 평생을 공부에 바쳐 도달한 경지에 안주하지 않고 그 너머로 나아가기 위해 60년 동안 쌓은 학문을 기꺼이 내려놓았다. 다시 채우기 위해 한 갑자의 내공을 비운 것이다.

책 「다산의 마지막 습관」은 내가 굳어지고 텅 비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우울함으로 번질 때 펼쳐보고 기댈 수 있도록 마련한 오래된 조언이다. 전작 「다산의 마지막 공부」와 「천년의 내공」의 저자 조윤제가 다산이 학문의 마지막에서 60년 내공을 비우고 새롭게 시작한 공부, ‘소학’의 주요 구절 57가지를 가려 뽑아 오늘날의 감각에 맞게 풀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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