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권혁배 에나스 공동대표.
이기영·권혁배 에나스 공동대표.

"학교에서 배운 것을 활용해 3D프린팅 회사를 창업하고 또 기업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연구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합니다. 다시 학교와 기업에서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교육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든 한 해였지만 다음 해를 위한 재충전(연구) 시간을 많이 가졌고, 창업기업들의 시제품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이기영(31)·권혁배(26) 에나스 공동대표가 ‘봄날이 온다’를 주제로 본보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밝힌 포부다. 

3D프린팅 기술로 스타트업, 벤처·중소기업 등이 원하는 시제품을 만드는 에나스는 2019년 11월 설립됐다. 하지만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받았다. 이들은 상심하지 않고 코로나19 시대를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계기로 삼았다. 창업 등이 줄어들자 연구개발에 더 몰두한 것이다.

이기영·권혁배. 두 사람은 인하대학교 동문이다. 이 대표는 공간정보공학을, 권 대표는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이 대표는 올해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고, 권 대표는 이미 대학원생이다. 권 대표가 연구개발에 힘을 쏟는다면 이 대표는 경영과 교육 등에 집중하고 있다. 둘은 호흡이 잘 맞는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업 설립에 동의하고 행동에 옮길 정도로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에나스는 기업 문화도 희망이 가득하다. 직원들에게 진학을 권유하고 학비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에나스에 입사한 한 직원은 올해 인천대에 입학한다. 에나스에 근무하면서 대학생활도 함께 하는 것이다. 에나스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회사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진학을 적극 권유한다.

이 대표는 "에나스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 좋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을 수 있고, 좋은 조건과 환경이 있다면 당연히 떠날 수 있다고 본다"며 "회사가 유지되고 직원들을 지킬 수 있을 때 각자 성장해 무슨 일이 생겨도 앞가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에나스의 주력 상품은 플라스틱 시금형이다. 제조업체 등이 사용하는 기계부품을 제작하려면 이를 찍어내는 금형이 필요한데, 금속으로 만드는 탓에 성인 손바닥 4분의 1 만한 크기의 금형도 수십만 원에 이를 정도로 비용이 부담된다. 특히 완제품 전 시범용 틀인 시금형을 제작할 때도 비슷한 비용이 발생해 영세한 금형 제작업체는 이 틀에만 큰 비용을 쓴다. 에나스는 이 점에 주목했다.

이기영 공동대표
이기영 공동대표

에나스는 2~3년에 걸쳐 금속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동안 플라스틱 부품 틀은 금속보다 정교하지 못하고, 3D프린터로 틀을 제작하면 면이 거칠어 사용할 수 없었다. 이를 위해 1년간 전용 3D프린터 제작에 나섰고, 지난해 말 플라스틱 틀을 만들 수 있는 ‘하이브리드-FDM’ 3D프린터가 탄생했다. 이렇게 만든 시금형은 제작기간이 짧고 기존 금속보다 3분의 1 정도 싸다. 비용이 적은 만큼 소규모 제작도 가능해 견본과 같이 소량만 제작할 때도 유리하다.

에나스는 창업 초기 매출이 급성장했으나 코로나19를 겪으며 떨어졌다. 그래서 연구개발에 힘을 쏟았다. 인하대와 스승들의 도움도 크다.

권 대표는 "창업 초기 매출이 잘 나왔으나 코로나를 겪으면서 창업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시장이 얼어붙어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그래서 연구개발에 힘을 쏟았고, 치료제가 나오는 올해 시장이 조금 개선되면서 꽃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석사과정에 있고 지금 사업이 연구개발에 치중하다 보니 인하대 교수님들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사업계획서 지도도 받으면서 회사와 연구개발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나스는 창업을 목표로 하는 청년들에게 인천시, 인천테크노파크, 기술보증기금,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사관학교 등을 추천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술력이 있다면 초기 창업자들은 인천시 등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받을 수 있다"며 "취업보다 창업에 더 관심이 있다면 다양한 기관에서 충분히 자문을 받을 수 있고, 에나스에 연락을 준다면 직접 창업 과정을 설명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돕겠다"고 설명했다.

에나스 구성원들은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시간제 근로자 등 직장생활을 경험했다. 그래서 에나스 사내 복지에는 자신 있다.

권혁배 공동대표.
권혁배 공동대표.

권 대표는 "연차는 당연히 보장하고 여름과 겨울엔 각각 일주일씩 휴가를 준다"며 "징검다리 휴일, 정시 퇴근, 연간 상여금, 명절 보너스 등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에나스는 3D프린팅 기술이 늘면서 걱정하는 점도 꼽았다.

이 대표는 "3D프린터는 좋은 이미지가 형성돼 있고 첨단기술로 받아들이다 보니 긍정 인식이 높은데 사실 유해성이 높다"며 "최근 국내 3D프린터를 사용하는 분들이 암에 걸리기도 하지만 법적 제재나 안전장치가 이미지 속에 가려져 있어 안전한 3D프린터 소재를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공동대표는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기업들을 경계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다수의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무한한 노동력 증대로 생산하며 성장했다"며 "이제 시대가 변했고 노동에 대한 가치도 이전과 다르기 때문에 노동집약보다 지식집약 산업을 목표로 각 구성원들이 더욱 노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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