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호 인천시의회 의장
 신은호 인천시의회 의장

"옳은 길로 나아가기 위한 진정성 있는 발걸음에 의회는 함께할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친환경 자원순환 정책’을 위해 박남춘 인천시장과 뜻을 모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인천시의회 의장으로서 수많은 고뇌를 담은 마지막 말이었다. 이 고뇌에는 지난 30년간 우리 인천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정치적 이해 관계를 떠나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담겨 있다. 먼저, 이 고민의 중심이 된 수도권매립지 조성 당시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 경기, 인천이 1992년부터 함께 사용해 온 현재 서구의 수도권 매립지는 조성 당시 반경 5㎞ 이내에 2만 명에 불과했던 거주 인구가 2020년 현재 70만 명으로 30배 이상 증가했고 이에 더해 연간 발생하는 쓰레기 양 또한 조성 당시 146만 t에서 현재 2배 이상 증가된 337만 t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폐기물 반입비율 또한 서울 43%, 경기 37%, 인천 21% 등으로 서울·경기가 전체 매립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수치만 보더라도 수도권 전체 인구의 쓰레기를 모두 받아내야 했던 인천으로서는 이미 감당해야 할 고통 수준을 넘어선 셈이다. 

2016년 4자 합의 당시, 종료돼야 마땅할 수도권 매립지는 눈앞에 닥친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막고,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해 시간을 벌어둔다는 명분 아래 또다시 인천의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하지만 4자 합의 이후 매립량이 감축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늘어만 갔고, 매립지 종료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 수립 또한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수도권 쓰레기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른 지금, 이제라도 환경 정의를 바로 세우고 우리 후손들에게 건강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할 때다. 

그 첫걸음으로 ‘수도권 매립지 2025년 종료’를 선언한 바 있다. 인천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단순히 수도권 매립지 2025년 종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천의 자원순환 정책의 첫걸음인 ‘수도권 매립지 2025 종료선언’은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이라 쓰지만 ‘친환경특별시 인천의 미래’로 나아가는 발걸음이라 읽는 것이 마땅하다. 이는 서울과 경기의 쓰레기를 받지 않는 것을 넘어 쓰레기 처리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자원순환 모범도시로 탈바꿈함으로써 친환경특별시 인천의 새로운 역사를 쓰자는 것이다. 

이미 환경 선진국으로 불리는 주요 국가에서 쓰레기 직매립 방식을 금지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2022년에는 발생지 책임 원칙을 확립하고, 수도권은 2026년 직매립을 금지해 녹색전환에 기여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인천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물론 인천의 지금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4자 합의 당사자뿐 아니라 대체 매립지와 관련된 지역 내 갈등과 그를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각까지 더해져 앞으로 나아가는 길목이 험난한 여정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앞으로 결코 해낼 수 없다는 굳은 의지와 결연한 각오로 지난 30년간 계속됐던 쓰레기매립지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멈춰야만 한다. 

지난 12월 마지막 회기인 2차 정례회 시정 질의에 대한 박남춘 시장의 답변이 두고두고 가슴속에 남는다. 박 시장은 2025년 매립지 종료가 촉박한 일정이 아니냐는 질의에 이렇게 답변했다. 

"우리가 지금 2016년에 4차 합의를 하는 시점에서 지금의 시책을 밀고 나갔더라면 사실은 더 일찍 끝낼 수도 있었던 건데, 2025년 이후에도 참아 달라는 얘기를 시민들께 드리기에는 차마 제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매립지 연장에 대해 더 이상 참아 달라는 얘기를 할 수 없다는 박 시장의 진정성 있는 외침에 마음을 내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그것이 환경 정의를 바로 세우고 역사 앞에 당당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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