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지난 3~4년은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였다. 대외적으로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광풍이 몰아쳤고, 대내적으로 ‘반시장주의와 소득주도성장’ 물결이 넘쳐났다. 그 영향으로 수출도 본격적인 역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엔 코로나발 경기침체로 내수마저 깊은 수렁에 빠져 들었다. 무역의존도 70%대를 넘나드는 나라에서 수출이 역성장하고, 한 해 10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아무리 빚을 내 재정을 쏟아부은들 언발에 오줌 누기나 다름 없다. 

어려움은 올해에도 해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수출회복의 변수인 미·중 갈등과 원화 강세는 바이든 체제에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대내적으로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비롯 온갖 종류의 기업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렇게 암울한 신년 벽두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올해 V자 회복을 통해 경제성장률 3.2%, 일자리 15만 개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희망찬 메시지를 내놨다. 정말로 그리 되면 좋겠지만, 작년처럼 올해도 합리적 근거 없이 장밋빛 전망만 제시한 것 같아 아쉽다. 

물론 가능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코로나로 역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전년도’라는 기준점이 낮아지면 성장률이 높게 나오는 기저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문제는 이것 외에 그 어떤 반전 카드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홍 부총리 계획에는 ‘백신보급 지연’이라는 치명적 변수에 대한 고려가 간과된 듯하다. ‘국가의 면역 형성이 언제 이뤄지느냐’에 따라 수출과 내수 회복은 물론 3%대 성장 여부도 결정날 것이다.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지난 3년간 줄기차게 추진된 반기업·반시장 정책으로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경직화됐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정책과 제도에 대해 성찰하고 개선하는 작업도 외면해선 안 된다. 

안타깝게도 대통령은 경제사령탑의 두 축이라 할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를 유임시키기로 했다. 한마디로 기존의 국정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한 번쯤 들어봤으면 한다. 투자, 일자리, 소득, 생산, 수출, 내수, 경기부양 등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부분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엄혹한 팩트들을 직시하며 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않는 한 올 해도 분기마다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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