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도시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가지각색이다. 고대 유적지를 비롯해 천연 원시림, 웅장한 폭포, 쪽빛 바다 등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뽐내는 곳부터 후천적인 노력으로 이뤄내는 벽화, 홍등, 골목, 건축물, 가옥, 시장, 등대, 다리까지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볼거리가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우리 서구도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다. 인천에서 가장 넓은 내륙 면적에 가장 많은 산과 하천이 자리한 곳이 바로 서구다. 인천 유일의 녹지축이자 ‘S자’ 형태의 근간을 이루는 산줄기인 한남정맥을 중심으로 할메산, 골막산, 승학산, 가현산, 꽃메산 등 10여 개에 달하는 산과 하나뿐인 섬 세어도, 공촌천, 심곡천, 검단천, 나진포천 등 4대 하천에 강, 호수, 바다까지 다채롭다. 여기에 건강미(美)를 입히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편안하게 걷고, 안전하게 자전거 타는 일상의 즐거움을 서구 곳곳에서 누리게 하는 거다.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폰테베드라시는 ‘차 없는 도시’로 유명하다. 국제연합(UN)으로부터 ‘인류 서식지’, ‘보다 나은 인류의 미래도시’란 칭호까지 받은 곳이다. 한때 ‘공해와 사고 위험 다발지역’으로 불렸지만 의사였던 한 주민이 시장직에 출마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도시의 중심 순위를 ‘사람-자전거-대중교통-자동차’ 순으로 바꾸는 차 없는 실험이 효과를 보면서 골목상권과 지역공동체가 살아났다. 환경도시, 건강도시, 관광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시민들은 ‘여긴 천국이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도 정말 좋은 곳이다’고 말한다. 

인구보다 자전거 수가 더 많은 나라도 있다. 바로 네덜란드다. 자전거 관련 인프라와 법안이 가장 발달한 나라이기도 하다. 통근 시 자전거를 이용하면 ㎞당 일정 금액의 세금을 면제해준다. 자전거도로와 분리되지 않은 도로의 경우, 자동차 주행속도를 30㎞로 제한하는 등 자전거 이용자들을 적극 배려한다. 

우리나라에선 차가 달리던 고가도로를 무려 47년 만에 보행길로 재탄생시킨 서울로7017이 대표적이다. 총 939m에 달하는 서울역고가가 ‘사람이 걷는 길’로 바뀌면서 역사, 문화, 쇼핑의 중심지가 됐다. 천천히 걷다 보면 자연스레 소비가 이뤄져 상권도 활성화시킨다. 이전엔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이었는데 이젠 3시간 이상도 거뜬히 머무는 곳이 됐다.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사회성을 키우기에도 제격이다. 

이에 버금가는 가슴 뛰는 변화를 새해에는 우리 서구에서 만날 수 있다. 아라뱃길과 청라호수공원을 잇는 자전거도로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아라뱃길 하이킹족을 청라국제도시까지 오게 해 자전거 이용을 늘리고 서로e음을 매개체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이끄는 계획이다. 아라뱃길~환경로~청라대로~청라호수공원~커널웨이~심곡천~공촌천을 잇는 자전거도로에 새해에는 눈길을 끄는 멋진 조형물도 만들고 안전시설도 두루 설치한다. 이 구간만 도합 30㎞를 넘어선다. 심곡천과 공촌천에는 메타세쿼이아를 비롯해 느티나무, 소나무, 대왕참나무, 화살나무, 산철쭉 등도 500주 이상 심어 힐링하면서 걷고 자전거 타는 공간으로 바꿔간다. 이러한 구상을 검단 그리고 검암을 거쳐 서구로 이어나간다. 

구민분들이 가까운 곳에서부터 가능한 걷고, 자전거 타는 도시로 확장시키기 위한 계획도 보다 체계적으로 수립, 실행해나간다. 이미 적지만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가 전국에서 12곳을 선정하는 ‘2020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 우수단체’에도 뽑혔다. 힐링과 치유의 길인 서로이음길 11코스도 절반 넘게 완성했다. 2019년 2개 코스 조성을 시작으로 지난해 4개 코스를 더 만들었고, 올해 나머지 5개 코스 조성에 나선다. 동네 녹지를 활용한 10대 명품테마길도 선보인다. 이제 서구 곳곳 어디에서든 걷고 싶은 길을 만날 수 있다.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의 저자이자 미국의 도시계획가인 제프 스펙(Jeff Speck)은 "얼마나 맘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지, 그 척도를 나타내는 ‘워커빌리티(Walkability)’가 도시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라고 말한다. 서구 곳곳 어디서나 걷고, 자전거 타고 싶은 길을 만나는 도시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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