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했을 때 1955년작 ‘마티’가 여러 언론에서 함께 언급된 바 있다. 이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동시 석권이라는 보기 드문 이력 때문이다. 영화 ‘마티’는 TV드라마를 영화로 각색한 작품으로, 주말 동안 주인공 마티에게 벌어지는 짤막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만큼 철학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주제의식을 표명한 작품이라 추측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 ‘마티’는 뜻밖에도 담백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의 마티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을 책임지는 든든한 가장이다. 35세를 앞둔 그는 밑으로 줄줄이 달린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느라 10대 후반부터 자신을 위한 삶은 일정 부분 접어야 했다. 정육점에서 일하며 가족에게 헌신한 끝에 막냇동생 혼사까지 모두 치렀지만 정작 자신의 짝은 아직 찾지 못했다. 가게 단골들은 걱정 반, 질책 반으로 ‘언제 결혼할 거냐?’는 노골적인 질문을 매번 던졌다. 어머니 역시 착하고 듬직한 장남이 여태 가정을 이루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토요일에는 집에 있지 말고 나가서 여자를 만나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는 마티의 일상이었다.

사실 마티도 주말마다 줄기차게 데이트를 하려고 애썼지만 그 결과는 냉소로 돌아왔다. 배가 나온 몸매와 다소 험상궂은 얼굴, 고기를 써는 그의 직업을 이성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티는 어머니의 재촉에 이번 주도 어김없이 댄스홀로 향했다. 수많은 남녀가 모인 곳에서 그는 외모 때문에 퇴짜를 맞은 클라라를 만난다. 둘 다 첫눈에 호감형이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대화가 잘 통했고, 유머 코드가 맞았으며,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꼈다. 이로써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 본 마티에게도 사랑이 찾아오나 싶은 순간, 뜻밖에도 주변의 반대에 직면한다. 마티의 어머니는 대학까지 나온 신여성의 사고방식이 전통을 중시하는 이탈리아 가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시작도 안 한 마티의 연애에 제동을 거는가 하면, 그의 절친은 클라라의 외모가 무척이나 나이들어 보인다며 친구들에게 험담을 늘어놓는다. 이에 마티는 클라라와의 일요일 데이트를 망설인다.

평범한 사람의 사랑 찾기를 다룬 영화 ‘마티’의 매력은 공감에 있다. 1955년 이전까지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들은 특별한 직업과 특출난 미남미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뤄 왔다면 ‘마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의 연애담을 사실적으로 그려 냈다. 가정의 안녕과 평화를 중시하는 장남의 책임감과 고단함, 혼기가 꽉 찬 아들의 결혼을 걱정하면서도 홀로 남겨질 것이 두려운 홀어머니의 마음, 절친의 연애를 시샘하는 친구의 모습 등은 억지스럽지 않게 갈등을 구축해 극에 흥미를 더한다. 관객과 평단의 높은 호응을 얻은 영화 ‘마티’는 내면의 진실함으로 사랑이 완성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우는 따뜻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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