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문학시간(과학고 국어수업 3년의 이야기) 
하고운 / 롤러코스터 /1만3천500원 

이 책의 저자는 과학고 국어교사로 전근하면서 교과서 없는 국어수업을 목표로 정하고, 자유롭고 파격적인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시와 소설을 읽고, 과학책과 희곡을 읽는다. 영화를 보고, 시 낭송을 하고, 라디오 드라마를 만들고, 서평을 쓴다. 다양한 수업활동을 통해 교사와 학생들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자신과 사회의 관계를 생각하며, 서로를 이어주는 공감의 깊이를 더해 간다.

 1학년 담임을 맡게 된 첫해부터 차례로 2∼3학년을 담임을 맡으며 진행한 과학고의 특별했던 수업 기록은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는 흥미로운 수업 모음인 동시에 교감하고 질문하며 한 뼘씩 자라가는 학생과 교사의 생생한 성장담이다.

 이 책은 한 교사의 수업 기록이지만 각자의 근무 학교 환경에 따라,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각각 다르게 시도하고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업 커리큘럼 자료로서의 가치 또한 높다. 저자가 여러 독서모임과 수업연구모임을 통해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자료를 공유하고 개발했듯이, 이러한 ‘응용’ 수업들은 현직 교사들에게 다양한 수업 아이디어로 활용되고 신선한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문학을 좋아해서 국어교사가 됐고, 책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배우는 시간을 사랑한다. 블로그에 수업일기를 쓰다가 어느 날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고, 은유의 글쓰기 수업을 들은 뒤 「마음을 울리는 사람」과 「우리들의 문학시간」을 독립출판으로 펴냈다. 수업으로 일희일비하는 사람이지만 수업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함께 공부하며 「한 학기 한 권 읽기」(공저)도 썼다.

 저자는 교과서 없는 수업을 기획하고 지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그 길을 먼저 간 선배들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독서동아리 아이들과 책 모임을 하고, 인문학 강연을 열고, 다양한 시도를 해 왔던 여러 교사들의 발자취에 힘을 얻고 국어수업이 교과서에만 있지 않다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이 책은 ‘전국에서 캄캄한 밤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에게’ 용기를 잃지 않고 그 길을 함께 가자며 다정한 손길을 건넨다. 언제나 일상의 경험과 삶이 배움에 가 닿기를, 그리고 그 길을 흔들림 없이 걸을 수 있기를 바라는 한 국어교사의 마음이 이 책을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가기를 바란다. 

셀트리오니즘 
전예진 / 스마트북스 / 1만6천200원

 이 책은 한때 사기꾼 기업으로까지 취급받던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판도를 바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퍼스트무버 셀트리온은 어떻게 일하며, 어떻게 다르게 해 내는지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저자는 2년 동안 창업자인 서정진 회장과 그의 가족과 친구, 셀트리온 전·현직 임직원들을 인터뷰했다. 인천 송도 연구개발센터, 생산공장뿐만 아니라 유럽의 판매지사와 현지 병원도 탐방했으며 경쟁사 관계자까지 접촉했다.

바이오기업임에도 창업 멤버 중 바이오 전공자 0명, 평범한 스펙의 보통 사람들이 모여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방법으로 묵묵히 걸어온 셀트리온.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으로 보인 발걸음이었지만 주변은 물론이고 당사자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성취를 이루는 과정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이 책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를 통해 ‘다른 기업은 못 하는데 셀트리온이라서 되는 게 있다’는 자신만만한 ‘셀트리온 컬처’와 ‘셀트리온 방식’을 살펴봄으로써 평범한 그들이 이룬 비범한 성취의 비결이 무엇인지 단초를 얻을 수 있다.

생각으로 채워진 공놀이
이범서 / 숲과호수 / 1만3천500원

 미궁의 숲에서 두 남자가 만난다. 한 명은 살기 위해 피신한 사람이고, 한 명은 죽기 위해 피신한 사람으로 이 둘이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박한 일상이 간교하고 이기적인 자들의 탐욕에 무참히 짓밟히고 자신의 삶과 사랑을 되찾기 위해 극한의 삶을 살아온 ‘도인’.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허덕이며 살다가 진정한 삶의 가치를 누리지 못하고 좌절한 삶을 살아온 ‘나’. 두 사람의 과거가 흥미롭게 밝혀지면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부서지고, 그 조각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생각과 의지가 얼마나 위대한 힘을 발휘하는지 흥미롭게 전개된다. 

 두 주인공의 삶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이 왜곡되는 원인과 그 근본적 원인을 망각하며 살 수밖에 없는 현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 생명과 사랑의 가치가 존중되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들을 현실적으로 보여 주는 이야기다.

 저자는 변호사가 생업이지만 정신세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생각과 마음에 관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해 오던 중 숲 속에서 초자연적인 경험을 한 뒤 우리의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는 원인과 해결점이 ‘생각의 조그만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고 이 소설을 집필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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